(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국내 화장품업체인 SD생명공학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다소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따라 SD생명공학 공모가도 희망범위를 한참 밑도는 수준에서 결정됐다.

지난해 7월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경제 보복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회사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는데, 이 같은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드 배치와 관련된 우려가 완화되기 전까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화장품업체의 전망이 밝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D생명공학은 지난 14~15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6.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참여건수 기준으로 수요예측에서 1만2천~1만5천원을 제시한 곳은 40.42%, 1만~1만2천원을 제시한 곳은 41.11%, 1만원 미만을 제시한 곳은 1.85%였다.

약 83%의 기관투자자가 공모가 희망범위(1만5천~1만8천원) 아래에서 가격을 제시한 셈이다. 이에 따라 공모가도 당초 희망범위를 밑도는 1만2천원으로 결정됐다.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와 관련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반발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업체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이 같은 시장 상황이 반영되면서 SD생명공학의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시장의 우려는 SD생명공학이 공모가 희망범위를 산출할 때 적용한 주가순이익비율(PER)에서 그대로 드러난다"며 "SD생명공학은 과거 IPO를 준비했던 화장품업체보다 더 낮은 PER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통상 IPO 기업의 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뒤 동종업체의 PER을 곱해 주당 평가가액을 정하고, 여기에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희망범위를 산출한다. 낮은 PER을 적용했다는 건 동종업체의 주가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SD생명공학은 공모가 희망범위를 산출할 때 PER 26.42를 적용했다. 이는 작년 상장한 화장품업체 클리오의 적용 PER(34.10배)과 2015년 상장한 토니모리의 적용 PER(39.02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SD생명공학은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희망범위를 산정했다. SD생명공학이 적용한 할인율은 28.08%~40.06%다. 클리오의 할인율 10.0%~20.0%, 토니모리의 할인율 21.5%~31.5%보다 높다.

이처럼 SD생명공학은 낮은 PER과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희망범위를 산출했는데도 불구하고 공모가가 기대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화장품업체를 바라보는 싸늘한 시장의 시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사드 우려'가 완화되기 전까지 화장품업체의 IPO 전망이 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IPO에서 공모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의 실적"이라며 "중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화장품업체 실적이 사드 배치 논란으로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IPO 시장에서 화장품업체 공모가도 희망범위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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