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 흐름이 꺾이지 않고 있다.

1,000원 밑으로 내려갔던 엔-원 재정환율이 정부의 구두개입에 위로 다시 튀었지만 1,020원 저항에 막혔다. 정부의 구두개입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21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엔-원 재정환율은 1,000원을 밑돌다 지난 17일 1,010원까지 튀어 올랐다. 전일에는 1,019.23원까지 상승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엔-원 재정환율이 1,000원 선 밑으로 내려가자 "살펴보고 있다"고 구두개입성 발언을 한 영향이다.

하지만 가격 반영은 그뿐이었다. 글로벌 달러 약세 분위기가 현저한 가운데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유지하자 엔-원 재정환율도 추가 상승이 제한됐다.

달러-엔 환율도 113엔대 상단에서 큰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전 10시 9분 현재 엔-원 재정환율은 1,011.83원에 호가됐다.





<당국 구두개입 전후로 달러-원 환율(흑색)과 엔-원 재정환율(적색) 추이 *자료: 연합인포맥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유 부총리의 구두개입성 발언으로 그간 상대적으로 깊게 진행됐던 원화 강세에 속도 조절 양상이 나타났다"면서도 "주요 통화의 달러 약세 기조가 지속하고 있어 엔-원 재정환율 역시 1,020원 전후 저항을 받고 의미 있는 상승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환딜러들은 달러화 하방 압력 우위를 확인한 만큼 '셀 온 랠리(고점매도)' 전략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당국 경계심리는 엔-원 재정환율이 10~20원 안팎 상승하면서 대부분 반영됐다고 봤다.

엔-원 재정환율은 지난 16일 992원대까지 내려서면서 1년여 만에 신저점을 경신했다가 현재 1,010원대에서 상단이 제한되는 양상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당국의 구두 개입도 달러 약세 추세를 바꾸긴 어려워 보인다"며 "당국이 달러-원 환율을 움직여 엔-원 재정환율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10~20원 안팎이 한계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도 "엔-원 재정환율이 1,000원을 하향 이탈했을 때는 당국 경계뿐 아니라 엔-원 롱 심리가 강해졌으나 1,010원대로 급등하니 바로 포지션 정리가 나왔다"며 "당장 달러화를 끌어올릴 재료가 크지 않아 엔-원 재정환율 관련 경계심리가 크게 약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을 대상으로 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조작

국 지정 가능성이 있는 한 원화 강세 전망을 거둬들이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세제개편안 발표와 재정 확대 기대가 달러 강세를 자극할 여지가 있으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주요 통화들의 절하 이슈를 계속해서 거론할 경우 달러화 반등은 어려울 수 있어서다.

정성윤 연구원은 "미국의 신규 반이민 행정명령과 감세안 공개 가능성 등 정부 정책 관련 모멘텀이 상충해 달러화 하락세가 재개될 수 있다고 본다"며 "엔-원 재정환율도 1,020원 전후로 저항에 부딪히면서 반등세가 단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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