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커지면서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레벨이 크게 낮아졌다. 월말이 아직 남았지만 네고 장벽이 벌써부터 등장하면서 기존 1,150원대 중반에 있던 달러-원 환율의 저항선도 1,14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22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일부 역외 시장 참가자들의 매수 성향에도 1,150원 전후로 네고 물량이 집중되고 있다. 달러-엔 환율과 달러-위안(CNH) 환율 상승에도 역내 수급적 요인으로 원화가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셈이다.

수출업체들이 보는 달러화 등락 범위도 1,130~1,150원 사이로 알려졌다. 4개월 연속 수출 호조 기대 속에 수출대금이 쌓인 가운데 1,150원대 초반 근처에선 고점 인식이 강해지면서 빠르게 네고 우위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자 업체들은 벌어들인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매도하기보다는 외화예금으로 예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1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외국환은행의 1월 거주자외화예금은 646억5천만 달러로 전월말대비 57억4천만 달러 늘었다. 기업 외화예금은 52억2천만 달러 증가한 539억 달러였다. 외환딜러들은 수출업체들이 물량 출회를 지연하는 '래깅(lagging)' 전략에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 조작국 이슈에 따라 달러 약세 흐름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달러-원 1,150원대는 이제 괜찮은 매도 레벨로 인식되고 있다.

A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역외 시장 참가자들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 데다 업체들도 무작정 네고를 지연시키는 분위기는 아니"라며 "1,150원을 웃도는 듯하면 매도 레벨로 삼고 네고 물량을 내면서 달러화 상단을 누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수급 상황은 원화가 주요 아시아 통화들과 괴리된 움직임을 보이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매파적인 발언 영향으로 엔화와 위안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원화는 역내 달러 공급에 따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매수도 성향만 봐도 분명해진다. 연합인포맥스 일별 최종체결 호가 추이(화면번호 2138)에 따르면 달러화는 전일 S(ASK 체결) 성향에서 B(BID 체결) 성향으로 돌아섰다. 역내외 시장 참가자들이 저점 부근에선 매수 우위를 보이지만 고점에선 역내 매도 물량이 쏠린 셈이다. 전일 달러화는 전 거래일 대비 1.40원 하락 마감했다. 전일 전체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합쳐 60억4천500만 달러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달러를 매수하는 쪽에선 물량이 많지 않고 역내 수급상으로 네고가 우위니 달러화가 오르지 못하는 것"이라며 "1,130~1,150원 레인지에서 크게 포지션을 잡을 유인이 없고 1,150원 근처로 가면 네고 우위로 전환돼 달러화는 당분간 1,140원대를 횡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시중은행 외환딜러도 "달러 강세에도 달러-원 환율이 1,150원대보다는 1,130원대를 향해 하향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역외서 강하게 달러를 매수하지 않는 이상 달러화는 네고에 따라 상단이 제한되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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