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거듭된 빅배스(Big bath)로 신용리스크를 짊어진 대우건설이 오는 4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신뢰회복 프로세스에 돌입한다. 상승세를 탄 주가가 적정 범위에 들어오면 매각 일정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일에 쫓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 분기별 영업목표 제시로 시장검증 받는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오는 4월 올해 1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하며 분기별 영업목표를 함께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지난 9일 작년 5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하며 예상손실을 모두 털어낸 만큼 올해는 7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겠다고 공개했다.

대우건설이 자칫 자승자박이 될 수 있는 분기별 실적 검증까지 시도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신뢰회복이 절실한 데다 올해 영업목표 달성에 대한 자신감이 깔렸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잠정영업실적 공시 이후 주가는 종가 기준 전일 대비 9.16%나 뛰어오르는 등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투자자들에게 환영받았지만 일부에서는 3년 단위로 돌아오는 빅배스를 빅배스라고 할 수 있느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신용평가업계는 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하는 한편 부정적 전망을 예고하는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는 대우건설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고 한국신용평가는 등급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오는 4월 발표될 감사보고서를 검토한 뒤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대우건설은 4월 들어 1분기 영업실적과 작년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면 신용평가업계의 부정적 시선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올해 소요가 예상되는 1조2천억원의 운전자금도 국내 대형공사현장의 매출채권 유동화 등으로 확보할 계획이어서 4월을 기점으로 안팎으로 불거진 신용리스크는 모두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올해 1조원대의 영업이익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면서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한 만큼 작년과 다른 실적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매각방침은 확고…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주식시장의 또 다른 관심사인 대주주 지분 매각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서지 않았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매각방침은 확고하다면서도 시간에 쫓겨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주가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주가가 조금 올라가야 한다. 우리 기준으로는 1만3천원 정도는 돼야 한다"며 "명백히 손실 보고 팔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9일 실적발표 이후 대우건설 주가의 상승세는 확실하지만 8천원선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52주 동안 대우건설 최고가는 지난해 11월 11일 기록했던 7천600원이다. 작년 상반기 5천원선에서 출발해 상승세를 이어가던 주가는 52주 최고점을 찍은 뒤 덤벼드는 매도 물량에 힘없이 무너졌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세력이 8천원 선에 포진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따라서 대우건설 매각 일정은 최소한 주가가 1만원선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방침은 확고하지만 매각공고 등 세부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제값을 못 받고 시간에 쫓겨 서둘러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지분을 소유한 사모펀드의 만기가 올해 10월인 것과 관련해서도 "사원총회를 열어 최대 15년 더 연장할 수 있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수대상자에 대해서는 국내외 어느 곳이든 될 수 있다며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이 국내 사업부문에서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점, 해외건설 등 다양한 사업영역을 지니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국내 주택건설업체, 인도, 중국 등 해외 신흥국가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최근 중동 일부 국가가 의향을 전달했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 관계자는 "일부 인사가 중동 국부펀드 등을 언급하며 접촉했지만 신뢰할 만한 증빙이 없었다"며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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