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2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은행은 23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전월과 같은 연 1.25%로 유지했다. 이로써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4월까지 9개월 연속 동결 기조가 이어진다.

금통위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불확실성은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데 제약요인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와 국내 경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수출은 4개월째 개선되고 있으며, 1월 소비자물가는 한국은행의 물가목표치인 2%에 다다랐다. 금통위는 국내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해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 트럼프 정부 정책 불확실성·연준 통화정책 리스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유지한 데는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려됐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이 미 달러 흐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국내 경제에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금통위는 미국 신정부 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주목해야한다. 최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3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1월 FOMC 의사록에서도 3월 금리인상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는 외국인의 자본 유출입 등을 통해 한국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로존의 정치 불확실성도 고려해야한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협상과정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유로존 일부 국가의 정치 불확실성이 유로존의 정치·경제의 틀을 재편성할 가능성이 있다.

◇ 경제지표 개선·소비위축은 부담

한은은 지난 1월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가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회복되고 내수는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지표가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은 통화정책을 변경하기에 부담이다.

한은의 전망대로 수출은 개선세가 이어졌다. 올해 들어 수출 회복 흐름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1월 수출은 전년대비 16.4% 늘어났고 2월 역시 20일까지 26.2% 증가했다.

소비자물가는 한은의 물가목표 수준까지 올라왔다.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2.0%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이다. 원자재가격 기저효과 등 공급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 한은의 통화완화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반면 소비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7년 10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가 위축됐다.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가계부채 대책으로 대출이 줄어드는데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내수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가계부채 증가속도·인플레이션 확인

가계부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도 증가 속도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4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천344조3천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7% 증가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실행되면서 은행권의 대출 감소가 비은행권으로 전이됐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적용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비은행권에도 적용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당국의 가계부채 대책 시행으로 비은행권의 대출 증가속도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흐름도 금통위가 점검해야할 사안이다. 1월 물가상승은 일시적인 요인이지만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은은 올해 물가가 1.8%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측면의 물가상승이 수요측면으로 전이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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