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에 대해 모두 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경영진 징계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지급액 전액이 아닌 전건에 보험금을 주기로 해 논란은 계속 남을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23일 총 1천858건의 자살재해사망에 대한 보험금 672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미지급금액 1천134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대법원 판결이 처음 있던 2007년 9월을 기준으로 그 이후에는 원금과 지연이자를, 그 이전에는 원금만 주기로 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지난달에는 2011년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 200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2011년 1월부터 보험업법상 기초서류 준수 의무가 보험사에 있어서 이 때를 지급기준을 잡았다.

교보생명은 이날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전건을 지급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금감원은 제재심의위를 열어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소비자 신뢰회복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임기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했다.

금감원은 앞서 기관에 대한 영업 일부 정지와 인허가 등록 취소, 최고경영자(CEO) 등 임직원에 대한 해임 권고와 문책 경고가 포함된 징계 수위를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에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알리안츠생명이 먼저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했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소명서 제출 기한을 연기하면서까지 고민을 거듭하다 소명서에 지급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넣었다.

그러나 금감원이 중징계 방침을 고수하자 교보생명이 전건 지급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제재심의위에서 문책성 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연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 출신인 신 회장은 2000년부터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삼성생명, 한화생명과 달리 오너가 직접 경영을 하고 있어 중징계를 받을 경우 경영 공백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신 회장은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한 제재에 큰 우려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임원 승진인사도 최소화하는 등 비상경영 체지를 이어갔다.

한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제재심의위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직접 경영을 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경우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를 맞으면 다른 생보사와 달리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에 제재심의위가 열리는 날 전격적으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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