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식품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는 대신 기존의 주력제품을 리뉴얼하거나 다른 회사 제품과 결합한 제품을 출시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경기불황과 소비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업체들이 신제품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 식품업계, 리뉴얼 출시하거나 다른 회사 제품과 결합한 제품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초코파이 정(情) 바나나' 출시 1주년을 맞아 우유 함량을 기존 대비 40% 늘리고 맛을 개선한 제품을 출시했다.

초코파이 바나나는 지난해 오리온이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초코파이 자매 제품이다. 지난해 이 제품의 국내 매출은 바나나맛 열풍에 힘입어 사상 최대치인 1천400억원을 돌파했다. 중국에서는 연매출 2천억원을 넘어서며 '더블 메가브랜드'(연매출 2천억원 이상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SPC삼립도 1983년 출시된 '제리뽀'에 감귤, 코코넛·포도, 복숭아 등 세 종류의 과육을 넣어 '과일 제리뽀'를 출시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SPC삼립은 제품 용량을 기존 제품보다 30g 늘렸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작년 8월 선보인 '유산균 시리즈'를 리뉴얼해 출시했다. '유산균 시리즈'는 CJ제일제당 연구소가 개발한 BYO유산균 CJLP-133을 빵에 넣은 제품이다. 뚜레쥬르는 이번 제품을 반응이 좋았던 케이크 위주로 만들었으며 기존 제품 대비 유산균 함량을 최대 60% 늘렸다.

식품업계에서는 다른 회사 제품과 결합한 제품을 내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오리온과 함께 커피 디저트 세트 2종을 출시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한국야쿠르트 '콜드브루 by 바빈스키'의 아메리카노, 카페라테와 오리온의 '마켓오 디저트 생브라우니', '마켓오 생크림치즈롤'을 세트로 구성했다.

오리온이 제품 기획과 생산을 담당하고 한국야쿠르트가 '야쿠르트 아줌마'와 한국야쿠르트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를 맡는다.

커피 원두 전문기업 쟈뎅도 크라운제과와 협업해 '죠리퐁 까페라떼'를 출시했다. 크라운제과의 죠리퐁과 쟈뎅의 카페라테를 결합해 상품을 개발했다.

동원F&B도 작년에 '자연&자연 동원골뱅이'와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초록매실'을 내놨다. '자연&자연 동원골뱅이'는 동원F&B가 엄선한 자연산 골뱅이에 대상의 '청정원 햇살담은 자연숙성 발효양조간장'을 부어 만든 제품이다.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초록매실'은 동원F&B의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에 웅진식품의 '초록매실'을 결합한 제품이다.

◇ "신제품 출시부담 최소화"…보수적 경영 기조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기존 제품을 리뉴얼하거나 다른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내놓는 사례가 늘어난 것은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존의 검증된 제품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추구하면서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신제품 유행 주기가 예전보다 많이 짧아졌고 신제품을 출시해도 수요가 크게 늘지 않기 때문에 식품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는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경기불황과 소비침체 속에서 식품업체들이 안전한 전략을 추구하는 '보수적 경영'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식품업체들이 검증된 제품을 리뉴얼하거나 검증된 제품끼리 결합한 제품을 출시해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며 "더욱이 소비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 시장의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어 이 같은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식품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하지 않고 기존 시장에 안주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력 제품에 의존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식품업체들의 신제품 연구개발(R&D) 역량이 떨어지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도 힘들어진다"며 "리스크를 감수하고 신제품을 개발해 히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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