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한라그룹이 만도를 앞세워 한라공조를 되찾겠다고 선언했으나 한라공조의 대주주(지분 69.99%)인 미국의 비스티온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스티온은 한라그룹이 공식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안해온 바 없어 별다른 대응 방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외견상 비스티온은 여전히 한라공조에 애착을 갖고 있다.

비스티온은 최근 한 외신을 통해 간접적으로 2차 공개매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사업상 한라공조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쉽게 포기할 뜻이 없는 셈이다.

한라공조를 매각할 경우 비스티온으로서는 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설사 인수 제안에 응한다고 해도 의사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는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한라그룹이 비스티온까지 인수할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 산업이 살아나는 시점에 비스티온 주주들이 쉽게 매각할 가능성은 크게 않다고 관련업계는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더군다나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역으로 이런 시기에 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미국 현지 자동차 부품회사를 한국 업체에 매각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스티온이 한라공조 공개매수에 실패했듯이 국내 기업이 미국의 주력 산업체인 자동차 부품사를 인수하기 어렵다고 이 관계자는 부연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시를 하지 않아도 될 사안을 만도가 일부러 밝혔다"며 "비스티온은 정말 한라공조의 대주주 지분을 인수할 뜻이 있는지를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 않고 단지 공개매수와 상장폐지를 막을 목적이라면 이는 단지 '알박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도 한라그룹은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바 없다.

비스티온은 지난달 초 한라공조의 지분 30%를 현금 9천131억원(주당 2만8천500원)에 공개매수하고 상장폐지 후 한라공조를 글로벌 R&D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라공조 지분 약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응하지 않으면서 공개매수는 실패했다.

국민연금이 한라공조의 가치 상승을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재무상황이 좋지 못한 비스티온이 한라공조를 다시 매각하거나 이익을 빼갈 수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한라그룹 계열 만도는 국민연금의 한라공조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한라공조를 인수할 뜻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2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수 있는 딜에 한라그룹이 단독으로 나설 수 있겠느냐는 의심과 함께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 국민연금과 연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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