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MS)가 부진한 채권트레이딩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려고 트레이딩 인력을 줄여 전자거래로 방향을 트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이같이 전하면서 MS가 채권 전자거래를 담당할 프로그래머와 기술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S의 이런 움직임은 FICC(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 관련 일부 팀에서 트레이더들을 이미 10~20% 정도 줄인 것과는 대조된다.

WSJ는 MS의 글렌 헤이든 금리 트레이딩 헤드가 최근 직원들에게 "앞으로 트레이딩 플로어는 몇 명 되지 않는 트레이더들을 컴퓨터들이 포위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트레이더가 개입해 계약을 성사시키는 기존 거래 관행이 '로우터치(low-touch, 인간의 개입 정도가 낮은 방식)'로 전환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저널은 헤이든 헤드가 이끄는 부서는 최소 200명 정도로 추정되며, 최근 일부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10%가량의 감원이 있었다고 전했다.

MS의 올해 상반기 채권트레이딩 매출은 20억4천만달러(약 2조3천억원)로, 2년 전보다 60% 급감했다.

금융위기 이후 거래량 감소와 규제 강화로 대부분 월가 은행들의 채권트레이딩 실적이 하락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다.

신문은 그러나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 JP모건체이스 등 경쟁자들과 비교해 보면 MS는 지난 몇 년 동안 구조조정에서 판단 착오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MS는 금융위기 당시 채권트레이딩 인력을 줄이면서 2009년 채권 가격이 상승할 때 재미를 보는 데 실패했고, 금융시장이 회복된 2010년에는 수백명의 트레이더를 영입해 인력 부담이 생겼다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MS의 PBR(주당 순자산가치)이 0.5도 안 될 정도로 주가가 하락하자 채권트레이딩 사업의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CLSA의 마이클 마요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MS가 더 철저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있다"면서 "채권 사업을 좀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SI그룹의 에드 나자리언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MS는 채권트레이딩 부서를 상당히 줄여야 한다"면서 "사업을 매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썼다.

MS의 올해 2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7%로, 5.4%인 골드만삭스보다 낮다.

금융위기 전 20%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CEO)가 2010년 취임하고 나서 MS의 주가는 51% 하락해 이날 14.57달러에 마감했다.

MS는 올해 감원 목표 4천명 가운데 이미 4분 3 이상을 잘랐다고 저널은 전했다.

저널은 채권 전자거래는 기존 방식보다 수수료가 낮은 게 단점이지만, 신용등급이 경쟁사들보다 낮은 MS에는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융 규제가 거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청산소 이용을 강제하는 등 전자거래에 유리한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MS의 등급을 두 단계 하향하기에 앞서 MS는 등급 강등에 따라 거래 고객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은 바 있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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