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기획재정부가 출범한 지 꼭 9년이 됐다.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하여 출범한 기재부는 대한민국 경제운영의 심장부다. 1천명에 이르는최고의 엘리트 공무원이 근무하는 공룡부서이기도 하다. 소속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국내외에서 밤을 낮 삼아 일한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자긍심이 그만큼 강해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글로벌 경제기구는 금융위기 이후 우리가 모범적인 경제운영성과를 보여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들은 생각이 다르다. 기재부가 출범한 9년동안 유쾌한 기억이 없어서다.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탓이겠지만 기재부가 친 자본적 경제정책을 워낙 우악스럽게 수행한 탓도 크다. 특히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수장이던 시절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 경상도 출신인 최 전부총리는재임 당시 어려움에 빠진 우리 경제를 단숨에 호전시킬 것 같은 박력을 자랑했다. '초이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면서 우리경제에 역동성을 되살리기 위해 전방위로 노력했다. 기재부 소속 공무원들도 각종 정책을 입안하며 열심히 일했다. 덕분에 대규모 승진 파티가 이어지고 국무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지는 영예도 누렸다.

하지만 경제 주체 가운데 가계가 받아든 성적표는 참담하다. 거덜 나기 직전이다. 가계가 짊어지고 있는 부채만 1천334조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0%였다. 2013년 82.3%에서 7.7%포인트 증가했다. 영국(87.6%), 미국(78.8%), 일본(65.9%), 프랑스(56.7%), 독일(53.4%) 등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다른 나라는 부채를 줄이는 이른바 디레버리징에 나섰지만 우리만 빚을 늘리는 정책을 일삼은 결과다.

빚은 늘었는 데 소득은 더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전년대비 0.4%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1.5%)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빚이 늘고 벌이가 줄었으니 가계의 씀씀이도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가계의 소비지출은 전년대비 0.5% 줄어 관련 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30대 기업 집단 등 재벌들은 현금성 자산을 126조원으로 기재부 출범 전 대비 두 배 이상 늘려왔다. 30대 대기업 집단의 사내유보금 역시 2007년 155조원에서 2015년 478조원으로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재부 출범 9년만에 가계는 거덜이 나고 기업만 살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심히 일한 기재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장을 먼저 해야 과실을 나눌 수 있다는 트리클다운(Trickle Down) 의 사탕발림도 이제 통하지 않는다. 기재부의 9년간 경제운영 결과가 가계를 거덜낸 것이라면반성이 뒤따라야 한다.다음 정부에서는 똑똑한 기재부 관료들이 나서 재정이 해야할 일을 찾아야 한다.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은 일자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도 국민에게 솔직하게알려야 한다.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인 정책에 방점을 둘 때가 됐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국가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살률도 앞뒤가 바뀐 경제정책에 일부 책임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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