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평가이익 상반기 3조3천억, 하반기엔 6천억대로 급감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지난해 상반기 꽃길을 걷던 증권사 채권 딜링룸이 하반기엔 고난의 시간을 보낸 것이 숫자로 확인됐다. 증권사의 채권운용 관련 수익 규모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극명하게 갈렸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중 53개 증권사의 채권 관련 이익은 25억원으로 집계됐다. 간신히 평가손실을 면한 것으로, 금감원이 채권 이익을 구분해서 집계한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다.

금감원은 분기마다 전 증권사를 대상으로 수수료수익과 자기매매이익 등을 항목별로 구분해서 집계하고 있다. 자기매매이익에는 주식 관련 손익과 채권 관련 손익, 파생 관련 손익 등이 포함된다.

작년 4분기 채권 이익은 지난 2013년 금리 급등기인 '테이퍼 텐트럼' 당시보다도 훨씬 작다. 2013년 2분기 증권사들의 채권 관련 이익은 3천345억원이었다.

작년 3분기에도 증권사의 채권 관련 이익이 급감했다. 당시 이익은 6천69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이들 증권사의 작년 2분기 채권 관련 이익은 1조6천968억원이었다. 앞서 1분기에도 1조6천119억원의 대규모 이익을 냈다.

증권사의 채권 관련 이익이 작년 3분기 이후 급감한 것은 이때부터 채권금리가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 금리는 7월 초 1.203%로 역대 최저치를 찍고서 등락을 거듭하다 8월 말 이후 반등하기 시작했다. 9월 중에는 1.360%까지 올라 짧은 기간 15bp 넘게 치솟으며 채권 손실 규모가 커졌다.

작년 4분기 채권 관련 손익은 3분기보다 더 악화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전후로 금리 상승폭이 더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국고 3년 금리는 3분기 말 1.24% 수준에서 11월 24일 장중 1.811%로 60bp 가까이 치솟았다. 국고채 10년 금리는 비슷한 기간 70bp 넘게 폭등했다.

실제 일부 대형 증권사는 작년 4분기에만 수백억원 규모의 채권 평가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사의 경우 대부분 10조원 이상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금리가 급등락하면 회사 전체 수익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53개 증권사가 트레이딩과 헤지 목적 등으로 보유한 채권 규모만 177조원에 달한다. 이들 증권사가 보유한 총자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 들어 금리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채권 딜링룸도 안정을 찾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금리 급등락이 증권사의 잠재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 등 잠재 리스크 요인이 증권사의 수익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시장 유동성 악화 등에 대한 증권사의 대응력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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