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세계 경제가 저금리의 수렁에 빠졌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자들은 안전한 상품인 채권에 올인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는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올해 초 2.29%였던 10년물 금리는 최근 1.41%까지 내려갔다. 1년 이하 단기물 금리는 0.1%로 사실상 제로 금리다.

독일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국가에선 마이너스 금리가 속출하고 있다. 덴마크는 최근 3개월물 국채를 -0.59%에 발행했고 독일은 2년물 국채를 -0.06%에 발행했다. 유럽 부실국을 지원하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도 최근 3개월물 채권을 -0.02%에 발행했다.

금리 하락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위험하다. 첫째는 안전한 곳에만 돈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다. 투자자들은 유럽 위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을 찾는다. 유로존 통화동맹에 가입하지 않은 덴마크와 스웨덴 국채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같은 유로존 안에서도 안전한 곳으로 평가받는 독일과 네덜란드에는 돈이 몰린다. 그러나, 남유럽 부실국으로 평가받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채시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간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유럽 정책당국이 최근 분주히 움직이는 것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 급등 때문이다. PIGS의 당면 과제는 폭등하는 금리를 낮추는 일이다.

둘째, 금리 하락은 대표적인 불황의 신호다. 미국과 유럽의 위기로 선진국이 휘청거리고, 아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은 수출길이 막히면서 세계 경제가 동반 불황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경제상황을 반영해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이다. 일본은 과거 저금리와 장기불황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미국과 유럽의 위기 후유증이 장기화되면 세계 경제도 일본이 겪었던 장기 복합불황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 세계 각국의 금융회사들은 금리 하락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다. 운용할 자산의 폭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안전제일주의에 근거해 미국 국채를 쓸어담았으나 더 이상 매입하기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금리가 내렸기 때문이다.

1.5% 내외의 10년물 美국채 금리는 이자소득과 자본이득면에서 모두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美국채를 팔자니 대체자산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고민이다.

유럽의 금융회사들은 추락하는 금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기금리에 빌려 장기금리에 투자하는 교과서적 공식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은 3년물 이하 금리는 모두 마이너스다. 예를 들어 독일의 금융회사가 자금을 융통해 3년물 이하 국채에 투자하면 모두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지는 기물이 더 많아지고, 마이너스의 폭이 더 커지면 유럽 금융회사들은 패닉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의 일부 머니마켓펀드(MMF)는 신규 자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속출하는 바람에 단기 자금을 운용할 곳을 찾을 수 없어서다. 이들은 돈을 받으면 바로 손해보는 지경에 빠졌다.

막다른 골목에 직면한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회사채에서 답을 찾고 있다. 국채만큼 안전하지는 않겠지만 차선의 대안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IBM과 유니레버, 반도체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은 이런 인기에 힘입어 역대 최저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했다. 미국 연기금도 美국채 금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내려가자 회사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사업이 잘되고 현금흐름이 좋은 우량한 기업의 채권은 금융회사의 매력적인 편입 자산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위기의 충격을 아직 덜 받은 중국과 아시아에서 사업을 잘하는 회사면 금상첨화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