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 차녀이자 제일모직[001300]과 제일기획[030000]을 책임진 이서현 부사장의 행보가 심상찮다.

제일기획은 13일 중국 광고회사인 브라보(Bravo)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미국 광고회사인 맥키니 커뮤니케이션스(McKinney Communications, 이하 맥키니) 인수 발표가 보름도 지나지 않았다.

제일기획은 지난 2008년에는 영국 광고회사인 BMB, 2009년에는 미국의 TBG, 중국의 OTC를 인수하는 등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어느새 28개국에 53개 거점을 운영하는 세계 16위의 광고 회사로 발돋움했다.

이 부사장이 관여하는 제일모직도 지난해 고가의 악어백 제조사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COLOMBO via della spiga. 이하 콜롬보)'를 전격 인수했다.

이 부사장이 2010년 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양사의 M&A 행보가 빨라진 셈이다. CEO는 아니지만, 전략적 M&A의 경우 오너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잇단 M&A는 이 부사장의 글로벌 경영에 대한 욕구를 잘 나타낸다고 IB 업계는 진단했다.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학교를 나온 패션 전문가인 이 부사장은 이미 제일모직에서 2005년 '빈폴 인터내셔널 캠페인'으로 해외 진출에 가속을 붙여 중국은 물론 미국 뉴욕에도 진출했다. 중국 내 매장은 벌써 110여개가 들어섰다. 2010년 '빈폴' 매출은 5천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빈폴'뿐만 아니라 '갤럭시'와 '라피도'도 중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가는 중이다.

또 이 부사장이 아이디어와 해외 광고제 수상에 대한 포상을 강화하면서 제일기획은 지난해 칸 국제 광고제에서 미디어 부문 그랑프리와 금상 4개를 차지하는 최대 성과를 거뒀다.

최근 실적도 이 부사장을 지지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은 지난해 모두 전년대비 영업이익 감소를 겪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회복 국면을 나타냈다.

올 상반기 제일모직의 매출액은 2조9천415억원, 영업이익은 1천98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2.1%, 19.9% 증가했다.

제일기획의 매출액은 1조358억원, 영업이익은 491억원으로 역시 41%와 11.4%씩 늘었다.

빠른 사업 확장에 따른 수익성 감소 우려를 어느 정도 씻고 있는 셈이다.

다만, IB 업계 일각에서는 '경영인 이서현'에 대한 평가를 잠정 보류하는 분위기다.

국내 IB의 한 관계자는 "양사의 외형 확대는 어느 정도 방향을 잘 잡아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며 "예를 들어 제일모직의 경우 이 부사장이 주력하는 패션보다는 전자재료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더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일기획의 원가율과 판매관리비 상승도 이 부사장에게는 숙제"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M&A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은 긍정적이지만 성과는 2~3년 후에 짚어볼 문제"라며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 부사장의 경영능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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