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글로벌자금은 여전히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세부 정책을 궁금해하면서도 정책 방향 측면에선 결국 미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식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6일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가 지난 2월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글로벌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의 자금 유출입 내역을 분석한 결과, 선진국의 주식형 펀드로 총 103억6천만달러가 유입됐다.

이 가운데 북미 지역으로 무려 67억8천만달러가 들어오며 자금 유입을 주도했다. 글로벌(Global·선진국 전역에 투자)로는 47억9천100만달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5억1천만달러가 들어왔다. 반면, 서유럽 지역에선 17억2천1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김진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제 성장 기대감이 이어지며 지난주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미국으로 투자자금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각)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 재정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진 않았으나, 침착한 어조로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상당한 세금삭감으로 미국 경제를 부양하길 원한다며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회의 협조를 구했다.

금융시장에선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발언이 주목을 받으며 정책 방향만으로도 경기부양 기대심리에 부합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그동안의 공격적인 모습과 달리 '사소한 싸움들을 뒤로할 시간'이라며 국민 화합을 강조했고,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음을 시사했다.

나중혁 KB증권 연구원은 "기존의 독불장군식 이미지와 달리 화합을 강조하고 민주당과의 예산안 협상을 앞두고 타협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시장의 낙관적인 평가를 끌어냈다"고 전했다.

북미 지역은 채권형 펀드에서도 압도적인 자금 유입세를 보였다.

선진국의 채권형 펀드로 총 80억5천300만달러가 들어왔고, 이 중 북미 지역에 62억1천200만달러가 유입됐다. 글로벌로 펀드로도 21억2천500만달러의 자금이 몰렸다. 반면, 서유럽 지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각각 1억7천800만달러, 1억600만달러가 유출됐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의 채권형 펀드는 북미를 중심으로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며 "북미 지역은 최근 10주 연속 자금이 유입됐다"고 전했다.

한편, 신흥국은 주식형 펀드에서 최근 7주 만에 유출 세로 전환했다. 채권형 펀드는 유입세를 이어갔지만, 규모는 줄어든 모습이다.

신흥국의 주식형 펀드에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7억7천600만달러, EMEA(Europe, Middle East, Africa)에서 2억6천300만달러, 중남미 지역에서 4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신흥국 전반에 투자하는 GEM 펀드로는 4억5천300만달러의 유입세를 나타냈다.

신흥국의 채권형 펀드에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3억6천900만달러, 중남미 지역에서 9천300만달러가 유출됐다. 반면, GEM 펀드로는 13억6천100만달러, EMEA로 5천600만달러가 들어오며 전체적으로 9억5천400만달러의 유입세를 보였다.

김 연구원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에서 2주 연속 자금 이탈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일부 지역별로 증시가 고점을 기록한 이후 차익실현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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