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지정학리스크가 국내 건설사의 영업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에서 발생한 내전 영향으로 수주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한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가 하면 다른 건설사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마찰이 커짐에 따라 역점 프로젝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일건설은 지난 3일 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지난 2015년 4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약 2년 만이다.

지난달 양산시가 제기한 소송에 패소하면서 금융자산에 가압류가 걸린 게 직접적인 이유이지만, 리비아에서 수주한 사업 등이 재개하지 못하면서 자금여건이 악화한 점도 법정관리에 이르게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일건설은 지난 2008년 말 리비아 행정센터 개발위원회가 발주한 4천가구 규모 주택을 짓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총 사업비만 1조1천억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지만, 지난 2011년 내전이 발생하면서 중단됐다.

최근까지 프로젝트 재개를 통한 실적 회복을 노렸지만, 리비아의 정정불안이 지속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지정학적 위험은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전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진단됐다.

현대건설은 당초 작년 후반기에 에콰도르 정유공장 프로젝트 수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수주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총 공사비만 100억달러(약 11조5천억원)로 추산되는 이 프로젝트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중국 톈진 엔지니어링(Tianchen Engineering)과 중국기계공업연합회(China Machinery Industry), 베이징 석유 엔지니어링(Beijing Petrochemical ENG)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금융 대부분은 뱅크오브차이나(Bank of China), 중국무역보험공사 등 중국 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사드 마찰이 격화되면서 건설업계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금융기관의 금융지원을 문제 삼아 프로젝트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는 에콰도르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 등에 따른 영향으로 프로젝트 진행이 속도를 내지 못한 것 같다"며 "최근 한국과 중국 정부의 사드 마찰이 격화되면서 프로젝트가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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