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는 최근 개인정보를 충분히 가공할 경우 정보 주체의 동의가 없더라도 상품·서비스 개발을 위한 용도로 개인정보를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지침을 공표했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는 오는 5월 말부터 개인정보가 포함된 빅데이터를 활용, 직접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제3자에게 매각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소비성향 분석은 기업 경쟁력 강화에 필수 요소로 평가받는다. 국내 빅데이터 시장 규모가 매년 30%씩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제는 빅데이터 산업 성장에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은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제공하는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당초 수집목적 이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가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은 여전히 혼란을 키우는 부분이다. 이에 정부는 작년 6월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개인식별인자가 전부 또는 일부 삭제되거나 대체된 빅데이터의 자유로운 활용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하지만 비식별조치가 여전히 모호하게 규정돼 있는 데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산업 관계자들의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알파벳 형태(주민번호), 숫자 형태(성명)로 익명화 조치를 했음에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1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동시에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더라도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또 다른 장벽이 존재한다.

현행법상 빅데이터 자체에 대해 재산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노력을 들여 수집·분석한 빅데이터에 대해 배타적 권리 및 구제수단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의 동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정보는 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없기에 저작권법과 같은 개별법에 의해 권리성을 부여받아야 하는데, 우리 법제는 개별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집합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특별히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법원 역시 개인정보를 침해당한 정보주체에게 정신적 손해배상만을 인정할 뿐 재산상 손해배상은 인정한 적이 없다. 아직 개인정보를 재산권이 아닌 인격권의 영역에서 보고 있는 셈이다.

빅데이터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근간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개별 법령에서 제한하지 않는 한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하는 미국, 개인정보 이용에 관해 엄격하지만,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는 유럽연합(EU), 빅데이터를 매매의 대상으로까지 인정하는 일본에 비해 국내의 경우 제도적 여건이 미비한 실정이다.

다만 올해 들어 정부가 신용정보법 시행령을 개정, 익명화한 개인신용정보가 빅데이터에 활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국회도 빅데이터 특례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는 등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법적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IT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빅데이터 법제를 갖추기를 기대한다. (법무법인 충정 남원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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