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지서 기자 = 헌법재판소가 10일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인용을 발표하자 금융권에는 적잖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조기 대선으로 직결된 만큼 정치적 이해득실이 엇갈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실상 5월 초로 대선이 예상된 가운데 새롭게 등장할 정부가 입각 구성원을 안정시키는 데 3개월가량의 시기가 필요함을 고려하면 향후 6개월 이상 정국 불안이 지속할 수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인수위 없이 새 정부가 들어서겠지만 그사이 금융시장과 업권이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계부채와 구조조정, 중국의 사드보복,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 등 대내외 경제 안팎에 변수가 산재한 상황에서 도래한 대선 국면은 금융 현장에서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천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대우조선해양 등 지난해부터 지속한 취약산업 구조조정, 최근의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조치, 여기에 미국발 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 경제 위기가 가속화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회사들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발생할 가격요소 변동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따라 금융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수수료나 금리 등 가격요소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이미 미국발 금리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시기인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어느 것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새 정부가 금융을 대하는 스탠스가 금리와 수수료 등 가격변수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도 "포퓰리즘에 입각한 공약은 통상 수수료 인하 등 근시안적인 가격변수 조정으로 이어지곤 했다"며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가계부채까지 급증하면서 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은행권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국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금융권 전체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카드사 부사장은 "곧장 조기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정국불안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곧 내수경기 전반의 펀더멘탈이 약화하는 셈"이라며 "카드사를 비롯해 보험과 금투업계 등 금융계 경영환경 전반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아래서 추진된 금융정책의 방향성이 틀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금융회사도 많았다.

한 증권사 부사장은 "현 정부 체제 아래서 추진된 금융개혁안, 정책의 방향이 정권 교체로 달라진다면 이에 맞춰 조직을 정비하고 사업을 준비해 온 금융회사들은 보이지 않은 비용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며 "최소한의 방향성은 유지돼야 할 텐데 여야가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커 과연 금융정책의 일관성이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탄핵 이후의 정국 변화가 국가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절차인 만큼 우려만큼의 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헌재 결정 이후의 조기 대선은 경제적 불확실성과 비용을 줄이는 절차"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치가 중시되는 모습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비용을 치러야 그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며 "금융시장, 외국인 투자자 등 다양한 경제 주체가 예상치 못한 변화가 아닌 만큼 정국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은 우려보다 제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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