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됐지만, 최근 신흥국은 자금 유입을 이어가며 비교적 꿋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초 주요 신흥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빠르게 늘리며 위기대응능력을 키워왔고, 이에 따라 실제 자금 이탈 충격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1주일간 글로벌 채권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입내용을 분석한 결과, 신흥국 펀드로 총 28억1천200만 달러가 유입됐다.

신흥국의 채권형 펀드로 무려 20억9천400만 달러가 들어오며 선진국의 유입 규모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지역별로는 신흥국 전반에 투자하는 GEM 펀드로 17억9천400만 달러, 중남미 지역으로 1억7천400만 달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로 8천700만 달러, EMEA(Europe, Middle East, Africa)로 3천800만 달러가 유입됐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3월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된 상황에서도 신흥국의 채권형 펀드는 전 지역에서 자금 유입세를 보였다"며 "특히 GEM 펀드로 유입이 확대됐고, 채권 내에서 금리 상승 시기에 수익을 낼 수 있는 하이일드 채권을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신흥국의 주식형 펀드도 일주일 만에 순유입세로 돌아섰다.

GEM 펀드로 10억2천만 달러, 중남미 지역으로 1억5천700만 달러가 들어오며 자금 유입을 주도했다. 반면, EMEA에선 2억4천300만 달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선 2억1천500만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김 연구원은 "신흥 아시아 지역의 유출 규모도 전주 대비 줄어들었고, 최근 차익 시현 압력도 약화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흥국들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외환보유액을 상당액 늘리며 위기를 대비하려 했고, 일부 국가는 경기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는 등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주요 신흥국 30개국 가운데 3분의 2가 외환보유액을 크게 늘렸고, 특히 이스라엘과 베트남, 체코의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올해 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한 달 만에 3조 달러를 회복한 3조51억 달러로 집계됐다.

박승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 여건이 개선된 만큼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의 충격은 제한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 이후 국가별로는 다소 차별화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선진국은 자금 유입을 이어갔지만, 채권형 펀드의 유입 규모는 많이 줄어들었다.

선진국의 채권형 펀드에선 총 25억2천800만 달러가 유입됐다. 지역별로 북미 지역으로 12억3천800만 달러, 글로벌(Global·선진국 전역에 투자) 펀드로 11억8천500만 달러, 서유럽 지역으로 1억2천300만 달러가 들어왔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천7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3월 금리 인상 기대로 북미 지역의 채권형 펀드 자금 유입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다"며 "지난주 채권형 펀드 자금 흐름은 선진국보다 오히려 신흥국으로 유입 강도가 높았다"고 진단했다.

선진국의 주식형 펀드에선 북미 지역으로 70억4천만 달러, 글로벌 펀드로 18억9천200만 달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11억8천700만 달러, 서유럽 지역으로 10억800만 달러가 유입됐다.

dj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