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며 투자자들은 불확실성 해소를 반겼다. 그러나 과거 신흥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탄핵 정국 마무리에 따른 '안도 랠리'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탄핵 심판 결과를 앞두고 내림세를 나타냈던 코스피는 탄핵이 인용된 뒤 상승 반전했다. 투자자들이 탄핵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안도감을 나타낸 영향이다.

이에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안도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주요 신흥국에서 탄핵 정국 이후 증시 랠리는 길어야 2주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와 함께 MSCI 이머징 지수에 편입된 국가 중 국가 원수의 탄핵 정국을 맞은 나라는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다.

가장 최근 대통령 탄핵의 격변을 겪은 나라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은 정부 회계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5월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이후 최종 표결을 통해 8월 31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호세프 전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두 달간 보베스파 지수의 랠리가 이어졌다. 탄핵 후 들어선 신정부의 정책과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며 2개월 주가 상승률은 12%를 나타냈다.

지난해 남아공도 격랑을 지났다. 그러나 탄핵 국면 이후 증시 흐름은 브라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지난해 4월 5일 제이콥 주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부결됐었다. 탄핵안 부결 후 2주 정도가 지난 20일까지 MSCI 남아공 지수는 주가는 11%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이내 급락해 5월 초에는 그간의 오름폭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필리핀 증시도 탄핵 이슈 마무리 후 반짝 랠리에 그쳤다. 지난 2001년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탄핵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임했다.

이후 일주일간 필리핀 종합주가지수는 17.6%의 오름폭을 나타냈으나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 3년간 박스권에 갇혔다.

대만과 인도네시아의 경우 탄핵 불확실성이 소멸했음에도 증시는 부진했다.

대만은 2000년 천수이볜 총통 탄핵 정국이 마무리된 뒤 3개월간 가권지수는 7%가량 하락했다. 인도네시아도 2001년 압두라만 와히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 달간 자카르타 종합지수는 6.5% 가까이 하락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5월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을 때 코스피는 2주간 6.3%가량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탄핵 후 1개월 주가수익률은 마이너스(-) 2.2%를 기록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탄핵 마무리에 따른 일시적 반등은 있겠지만, 경제 펀더멘털 개선이 쉽지 않아 주가도 제한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다른 전문가도 "미국 금리 인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안 등이 잔존하므로 탄핵 불확실성 해소라는 호재가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 증시는 탄핵 정국 동안 낙폭이 크지 않아 상승 여력도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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