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각종 금융정책들도 동력을 상실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창조경제와 금융개혁을 앞세운 금융당국의 각종 정책은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고, 실제 성과로 연결됐는지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기대선이 현실화 한 상황에서 향후 정책 추진이 제대로 될 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야권에서는 현 정부의 금융정책을 폐기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서다.

◇가계부채 잡는다더니 사상최대로 키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3년 10월새 가계부채는 380조이나 급증, 작년 말 기준 1천344조원에 달한다.

가계부채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공언한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정책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OECD 비교 기준)을 2013년 160.3%에서 5%포인트 낮추겠다고 했다. 빚 부담을 줄여 소비 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였지만 이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말 173.6%로 치솟았다.

집권기간 수차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거래 활성화 정책과 엇갈리며 정책적 혼선을 불러일으킨 것이 화근이었다. 여기에 저금리까지 겹치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자영업자들과 2금융권까지 번졌다.

미국의 이번주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세가 본격화되면 이자부담을 소화하지 못하는 한계가구나 기업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탄핵 이후 금융당국이 연일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얼마나 적극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은행 등 금융회사의 돈줄을 조이는 것 외에 별다른 방도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들해진 정책 금융상품도 폐기 위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금융개혁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거친 개혁'이라는 표현아래 핀테크를 통한 기술금융 활성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행, 크라우드펀딩과 회계제도, 성과연봉제까지 쉴 새 없이 강도높은 금융정책들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새정부에서 경제정책 기조가 뒤바뀔 가능성에 최근들어 금융당국의 정책 추진 속도가 무뎌졌다.

임종룡 위원장도 "정부의 변화에 따라 정책에 가감을 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어떻게 변화될 지는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다"고 밝힌바 있다.

특히 도입 초기부터 말 많았던 성과연봉제의 경우 야권과 교감이 부족하고,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결정한 금융공기관들조차 노조의 가처분 소송 등으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개혁의 상징과 같은 정책들도 은산 분리 규제 완화에 막혀 출범 이상의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재산 증식 취지로 도입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출시 1년 만에 시들해졌다.

ISA 전체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말 24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몇 달 동안 감소세이고, 최근 6개월 간 일임형 ISA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0.98%로 1%에도 못미친다. 낮은 세제 혜택과 의무 가입 기간(3~5년) 등의 제약으로 소비자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만든 소득공제장기펀드, 재형저축 등 정책금융 상품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기대선 속 입법 작업도 올스톱 가능성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금융개혁법안 입법은 미뤄지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농후해 졌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담긴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물건너 가면서 인터넷은행은 출범부터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뒷받침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나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위한 법 제정도 여야간 의견이 엇갈리며 무산 위기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정책으로 국민의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인 플랜에서 금융혁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우리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든 정책과 시스템을 개편하는 나라는 없다"며 "단기 부양에서 벗어나 안정된 금융정책컨트롤타워와 장기적인 지속가능발전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단기성과주의는 실패를 반복할 뿐"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하고 시장에 신뢰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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