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출시 1년을 맞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가장 유용한 재산증식 수단이라는 자화자찬성 홍보 자료를 내놔 눈총을 사고 있다.

출시 1년 밖에 안된 상품의 수익률을 다른 금융상품과 단순 비교한 것도 모자라 작년 말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계좌 개설 상황을 두고서는 내실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ISA는 출시 초기부터 정부 주도의 정책성 상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성장 꺾인 ISA의 그림자

금융위원회는 13일 'ISA 가입동향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ISA를 세제혜택과 투자자 선택권, 자산관리 효율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현존하는 상품 중 가장 유용한 재산증식 수단이라고 자평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으로 ISA의 총가입계좌 수는 234만좌였다. 재형저축이 기록한 최고치인 183만좌, 소장펀드의 25만좌와 비교해 충분히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게 금융위의 해석이다.

하지만 ISA의 가입계좌 수는 지난해 말 이후 석 달 넘게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말 240만좌를 돌파한 이래 최근 석 달여간 6만좌 정도 감소했다.

지난해 3월 도입된 ISA의 가입자 수가 230만명을 돌파한 것은 출시 이후 4개월 만이다. 사실상 반년 넘게 부침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최근의 감소세가 10만원 이하 계좌 감소에서 기인했으며, 이는 ISA가 내실화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10만원 이하 계좌 감소를 내실화로 보긴 어렵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중론이다.

ISA 도입 당시 금융회사의 마케팅 경쟁이 심화하면서 늘어난 이른바 '깡통계좌'가 정리되는 과정은 당연한 수순일 뿐 내실로 해석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ISA 가입자의 잔고 분포를 '1만원 이하'와 '1만원초과~10만원 이하', '10만원초과~1천만원 이하', '1천만원 초과' 등 4단계로 분류했다.

금융권은 ISA 내실화의 배경으로 지목한 '1만원 이하'와 '1만원초과~10만원 이하' 에 해당하는 계좌를 사실상 깡통계좌로 보고 있다.

이들은 '10만원초과~1천만원 이하' 구간의 모호성도 지적했다. 11만원을 가입한 사람과 999만원을 가입한 사람을 한 구간에 묶어둔 것으로 가입의 실효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장기 가입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1천만원 초과' 계좌의 비중은 지난해 11월 말 12.3%를 기록한 이래 지난 1월말 12.9%로 미미한 증가세를 보여 사실상 ISA 가입이 정체구간이 진입했다는 게 금융권의 판단이다.

◇ ISA, '실패작' 소장펀드와 비교하기도

특히 소장펀드와 비교해 ISA의 계좌 수가 10배, 가입금액이 16배나 많다는 비교는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입 제한과 의무가입 등으로 2천억을 모집하는 데 그친 소장펀드를 정책금융 상품이란 범위 아래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사실상 소장펀드는 금융업계에서 실패한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ISA를 소장펀드와 비교하는 것은 ISA의 수준을 더욱 저하하는 길이 되는 셈이다.

수익률에 대한 분석도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1월 말 기준으로 출시 3개월이 지나간 총 25사 201개 모델 포트폴리오의 누적수익률은 평균 2.08%(최저 -2.4% ~ 최고 11.49%)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0.5%의 최저점을 기록한 이래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투자상품인 ISA를 몇 개월 수준의 수익률로 비교하는 것은 옳은 정보가 아니다.

ISA에 대한 금융권의 지적을 인지한 듯 금융위는 보고서 말미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비판으로 ISA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권은 당국의 정책상품인 ISA에 대한 지나친 포장이야말로 소비자의 잘못된 선택을 이끌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상품 도입의 취지에 공감했지만 현 수준의 ISA는 국민의 자산증식 대표상품으로 보기에 수준 미달"이라며 "추가 협의를 통해 세제와 수수료 혜택을 늘리고 상품에 대한 문턱을 낮춰야 금융위가 말한 가장 유용한 재산증식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은 "현실적으로 현재의 ISA는 업권과 상품 판매를 두고 경쟁한 것 이외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며 "장기투자 상품으로 도입된 만큼 지금이라도 투자자의 혜택을 늘릴 방안을 찾아 가입 규모를 몇 배 수준으로 늘려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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