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KEB하나은행장이 최순실씨의 인사개입 의혹에 따른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 단속에 나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최순실씨를 통해 자신의 승진을 청탁한 책임으로 물러난 이상화 글로벌영업2 본부장 후임 인사를 당장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KEB하나은행 고위관계자는 "다른 글로벌담당 본부장이 있기 때문에 업무 공백이 거의 없다"며 "직무대행 체재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조직이 어느정도 안정되면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특혜 인사 논란으로 시작된 만큼 향후 인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는 함 행장의 의지로도 해석된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8일 이 본부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일련의 사건이 일단락 됐다고 보고 내부 단속에 돌입했다.

함영주 행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로 직원들이 큰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본다"며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내부 분위기를 다지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2015년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으로 근무하면서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에게 3억원 대출을 지원해주고 독일 재산관리를 도와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본부장의 승진을 청탁했고 대통령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안 전 수석은 정찬우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1월 귀국한 뒤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지점장으로 발령받았고 그 뒤 한 달 만에 임원급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 본부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지만, 지난달 김정태 회장이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되는 등 강도높은 특검 조사 결과 청탁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하나은행 내부는 혼란에 휩싸였다.

이 본부장은 지난 7일 이번 사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은행은 바로 다음날 사표를 수리했다.

하나·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마무리하고 통합은행 시너지를 이어나갈 중요할 시기에 최순실 암초로 조직이 어수선해지고 실적에도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최대한 빨리 내부 다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함 행장은 올 상반기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승진·발탁 인사를 실시하는 등 직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더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은 지난 5년 동안 외환은행 통합으로 진통을 겪다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는데 사상 초유의 사태에 연루되며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며 "얼마나 빨리 조직을 추스르냐가 연임에 성공한 함 행장의 첫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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