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돌아보니 가장 빨랐다. 어느새 자신보다 어린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얘기다.

38세에 신한은행 종로지점장이 됐던 그는 46세에 임원 배지를 달았다. 누구보다 빨랐고 그렇게 신한금융의 최고 자리에 올랐다.

이달 23일로 임기가 끝나는 한 회장은 이제 신한금융의 초대 고문이 된다. 임기를 채우고 떠나는 첫 회장에 대한 예우지만, 한 회장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워했다. 이에 자신이 직접 관여하기보단 '듣는 사람'으로써 경륜이 필요한 자리에서만 최소한의 생각을 전할 계획이다.

한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인사 등 내부 경영은 현직 경영진이 소신에 따라 해야 한다"며 "교포 주주나 BNP 등 현 경영진과 연결고리가 약한 부분에서만 징검다리의 역할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 흐르듯' 세대교체에 성공한 신한금융의 고문 자리가 간단치 않은 것은 과거에 경험한 신한 사태의 영향이 크다. 신한 사태는 그가 재임하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순간으로 손꼽는 시기다. 경영에 전념하기 어려웠고 최근 후임을 선출하는 과정 등 고비마다 신한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 법적 공방이 끝난 신한 사태는 이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에 대한 스톡옵션 지급 문제가 남았다.

한 회장은 "새롭게 구성될 이사회가 로펌 등과 논의를 거쳐 토론을 통해 결정할 문제"라며 "이제는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단 감정의 문제가 된 만큼 서로가 내려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퇴임을 앞둔 요즘 그는 후임이 될 후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입사원으로 신한에 입사한 행원들이 회장과 행장에 오르는 만큼 후배들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는 "조용병 회장과 위성호 행장 모두 30년 넘게 봐온 사람들"이라며 "금융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 속에 최강의 콤비가 구성된 만큼 기대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카드와 증권을 이끌 임영진 사장과 김형진 사장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그들의 임명한 배경에 대해선 금융지주 차원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조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회장은 조 회장을 비롯한 후임 경영진에게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리더가 되라고 당부했다. KB금융 등 경쟁사의 시가총액이 신한금융을 넘보고, 대내외 안팎의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같은 것을 반복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인사에 대해선 모든 직원이 알 수 있도록 투명한 절차에 따를 것을 강조했다.

다만 미래를 위한 따뜻한 금융만은 기본 정신을 바꾸지 않는 한에서 발전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한 회장은 취임 이후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으로 취임 당시보다 11조원 이상 신한의 자본 경쟁력을 강화한 점을 손꼽았다.

자회사인 신한금융투자에 5천억원을 증자하고 인도네시아나 미얀마, 필리핀, 호주, 멕시코 등의 진출 규모를 확대한 것이 향후 5년 뒤에는 신한금융의 새로운 먹을거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47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그는 요즘 그간 읽은 책과 앞으로 읽을 책을 정리 중이다.

그간 일본을 수차례 방문하며 봐 뒀던 여행지도 아내와 함께 자유인의 몸으로 찾아갈 계획이다.

신한의 이름으로 누구보다 빨리 달렸던 한 회장에게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전략이란 단어를 꺼냈다.

한 회장은 "이제 최고경영자(CEO)가 소주 한 잔 사 주며 잘해보자고 다독이기만 하던 시절은 지났다"며 "70%의 전략과 30%의 대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대답을 내놨다.

그는 "가치의 연속성 관점에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며 "자신의 성과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신한의 역사로 평가받는다는 일은 엄청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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