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주식 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면서 주가 하락에서 수익을 노리는 매도(숏) 포지션 투자자들의 한숨 소리가 커졌다.

스텝업(step up)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개인들은 물론, 롱숏 펀드 매니저들, 공매도 세력까지 웃지 못하는 투자자가 한둘이 아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연합인포맥스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텝업 ELS에서는 이미 만기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스텝업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손실이 나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이 일정 가격 이상 올라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투자한단 얘기다.

동부증권이 발행한 해피플러스1733 상품은 기초자산 가격이 128만원대일 때 설정됐다. 배리어는 150%로 삼성전자 주가가 192만원까지 오르면 만기 시 손실을 본다.

이미 삼성전자 주가는 207만원을 돌파해 해당 ELS는 만기 손실이 확정된 상태다.

대신증권 등에서 발행한 스텝업 ELS 투자자들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 증권사의 사모 ELS에선 이미 녹아웃(knock-out)이 발생했으며 공모형 상품의 배리어도 코앞이다. 이 증권사에서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공모형 ELS의 녹인 배리어는 209만원대부터 시작된다.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4년 3월 17일 이후 발행된 코스피200 ELS 중 만기가 남은 2천516개 상품은 평균 0.86%의 손실을 보았다. 평가차손은 1천165억원 수준이다.

전일 기준 코스피200지수는 277.89로 기간 중 최고 수준이었다. 즉, 현재 나온 평가차손은 스텝업 ELS에서 나왔을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하이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등에서 20억~60억원대의 평가차손이 나왔다.

하락장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들도 심기가 불편한 상태다.

이달 들어 코스피 대차잔고는 87억7천467만주로 0.58% 늘었다. 대차잔고는 주식을 빌린 뒤 주가 하락 시 갚는 공매도에 주로 쓰인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과 금융, 제조업종 등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 업종이 강세를 지속하고 있단 점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해당 업종에서 주식을 빌린 투자자들은 되레 높은 가격에 매도를 해야 할 공산이 커진다.

예컨대 삼성전자 대차잔고는 지난 3일 주가가 198만1천원일때 15만3천주로 크게 늘었다. 이후 주가는 207만7천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새로 쓰는 등 좀처럼 꺾일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대형주 강세에 중소형주로 숏 포지션을 만들어 놓은 롱숏 펀드 매니저들도 좌불안석이다.

지수가 전체적으로 강세장 분위기로 돌아서 중소형주까지 오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로 월초 이후 대차잔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동부건설 우선주나 삼성생명은 각각 13.05%와 4.10%로 치솟았다. 상위권에 오른 티웨이홀딩스는 무려 26%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코스닥에서도 잔고가 100~200%이상 늘어난 에스디시스템, 이화공영 등이 각각 9.46%와 70.29%로 뛰어올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소형주 숏 수익률까지 악화돼 한 헤지펀드 내에서도 롱숏을 담당하는 매니저들이 고개를 못 들고 있다"며 "이 때문에 매니저 이탈 얘기까지도 나오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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