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시중은행들도 자산운용 전략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시화된 미국의 금리 인상을 두고 은행권 내부에서도 그간 보수적으로 운용해 온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부상하는 모습이다.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를 0.75~1.00%로 25bp 인상했다.

성명서를 통해 시사한 대로 연내 두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FF 금리 범위 상단은 1.5%에 다다른다. 금리 1%대 시대가 본격화된 셈이다.

◇ 가격 내려가도 채권 1순위…전략으로 승부

통상 금리가 상승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의 가격은 내려간다.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단 뜻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에 채권은 투자 매력과 관계없이 1순위 투자처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안정성 면에서 다른 자산과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은행은 당분간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금리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A 시중은행 부장은 "통화정책의 잦은 변화가 예상되는 시기다 보니 금리 변화에 따른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보수적인 은행들은 장기 구간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기에 단기 금리 변동 폭이 큰 만큼 스프레드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용 스프레드 분석을 강화해 저평가된 채권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스프레드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활용한 전략 다변화도 언급됐다.

채권 투자 비중이 큰 은행에 금리 인상기는 은행별 전략 경쟁이 두드러지는 시기다.

B 시중은행 부장은 "금리가 완만히 상승하는 구간에 접어든 상황에선 채권운용의 전략상 차별화가 수익성과 직결된다"며 "하우스별 색깔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부동산ㆍ대체투자ㆍ해외시장 '눈길'

코스피가 2,100선을 돌파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행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식 투자에 대한 은행권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연내 굵직한 글로벌 이벤트를 비롯해 탄핵 정국에서 시작된 조기 대선을 앞두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선뜻 직접 투자 비중을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투자 포트폴리오의 자산 구성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이에 부동산과 대체투자, 해외 시장은 은행권 자산운용의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이미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문 등 대고객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은행권에 부동산 수익은 새로운 수익처로 자리 잡았다.

특히 비대면 거래 비중이 늘어나며 통폐합되거나 사라진 지점의 건물을 활용한 부 수익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해외 부동산이나 항공기 금융,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은 은행권이 주목하는 먹을거리 중 하나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시중은행 최초로 해외 항공기 금융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미국 발전소 PF도 참여했다.

신한은행은 일본의 태양광발전소 PF를 주선했고, KB국민은행은 미국 가스복합화력발전소 PF에 참여했다.

해외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하는 은행들이 현지 부동산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금융권 고위 임원은 "아직도 은행의 자산운용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 전략적 고민이 절실하다"며 "자산의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선 다양한 방식의 도전에 나설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