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은 롯데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사드 후폭풍으로 중국 관영 방송사 소비자의 날(15일) 고발 프로그램에 롯데 등 국내 기업이 직접 거론되며 반한 감정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컸지만, 이번 방송에 국내 기업은 등장하지 않았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일 밤 중국 관영 CCTV가 방송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晩會)에서는 중국 기업의 소비자 기만행위를 고발하는 내용이 중심이 됐고 우려됐던 국내 기업은 거론되지 않았다.

외국 기업과 제품과 관련된 내용으로는 나이키의 허위광고와 소비자 보상 규정문제, 식품 수입이 금지된 일본의 방사능 오염 지역 식품 원산지 허위 기재만 방송됐다.

롯데그룹은 사드 부지 제공으로 직접적인 보복조치를 당하고 있는 만큼 고발 프로그램에 직접 거론된다면 더 큰 후폭풍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만큼 일단 한숨을 돌렸다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의 날은 일단 한숨 돌렸지만, 아직 롯데마트와 롯데면세점 등 다양한 사업에서 영향을 받는 만큼 긴장을 늦을 추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의 날 방송만 없었을 뿐 롯데그룹은 사드 관련 보복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마트 중국 내 지점 수는 상하이(上海) 화둥(華東)법인 점포 51개를 포함해 모두 55곳으로 전체 점포 99개의 절반을 넘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55개 점의 영업정지 상태가 한 달간 이어진다면 매출 손실 규모가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단순한 영업정지 손해 이외에도 반한 감정과 반 롯데 감정 등이 중국인들 사이에 퍼지면 사드 문제 이후에도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의 날을 맞아 중국의 관영 매체가 실시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삼성과 롯데마트가 비호감 브랜드로 뽑혔고 중국 인터넷상에서 한국과 롯데를 비하하는 발언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에는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는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올해에는 사드 부지 제공에 따른 반한 감정의 희생양이 됐다.

또한, 중국 당국은 구두지시로 여행사들에 한국관광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되면서 중국 관광객의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면세점 사업 역시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특히, 중국 정부의 국가여유국은 주요 여행사들을 소집해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라며 관련 지침 7개 항목을 공지했는데 이 중에는 롯데 관련 상품 판매 금지도 포함됐다.

전일부터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는 'Lotte Duty Free'(롯데면세점)이라고 쓰여 있는 봉투 대신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흰 봉투를 제공하며 '미봉책'을 사용하고 있지만, 관광객 수의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는 다음 달부터 직접적인 매출 피해가 예상된다.

이처럼 중국의 사드 보복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면세점 관련 특혜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 압류 등 악재가 더해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근 면세점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세청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롯데와 SK의 뇌물 혐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 측은 면세점 관련 특혜는 없었고 오히려 2015년 11월 잠실 면세점(월드타워점)이 특허 경쟁에서 탈락했다며 억울함을 나타내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지분 압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 지주회사 전환 등 산적한 사인이 많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과 검찰 수사 등 대내외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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