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딥 스테이트는 원래 터키나 파키스탄, 이집트처럼 군부가 장악한 권위주의 국가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로 반(反)민주주의 성향의 군부 세력이나 스파이 기관 등 숨겨진 권력집단을 가리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 표현은 터키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정부 내 여러 세력의 실세와 정치인, 군부, 은퇴한 장성 등의 네트워크로 구성된 권력 카르텔을 뜻하다 의미가 확대됐다. 주로 중동 지역의 막후세력을 가리켰으며 서방에선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파 성향 매체 '브레이바트 뉴스'가 딥 스테이트라는 용어를 들고나오면서 이 표현이 삽시간에 서방 지역에서도 회자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선 기간에 도청당했다고 주장하자 브레이바트 뉴스가 다음 날 '딥 스테이트 게이트'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다루면서 본격적으로 언론이 딥 스테이트를 다루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오바마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세력이 트럼프 행정부의 일거수일투족에 시비를 걸고 트집을 잡는다며 이는 오바마를 중심으로 한 '딥 스테이트' 세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막후세력을 가리키는 많은 표현 중 딥 스테이트가 선택된 것과 관련,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이 군부 세력처럼 폭력적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동시에 거의 중동에서만 쓰이는 표현을 굳이 사용함에 따라 오바마가 이슬람 계통이라는 점도 은연중에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조지 W.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마이클 헤이든은 MSNBC에 출연해 "딥 스테이트는 터키 같은 나라에서나 사용되는 용어일 뿐 미국에서는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며 음모론을 일축했다.

미국에서는 막후세력을 가리킬 때 그림자 정부(shadow government) 등의 표현을 주로 사용해 왔다. (국제경제부 진정호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jhj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