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열기가 가장 뜨겁다는 세종시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이 1억 원이나 내렸고 멈출 줄 모르던 집값 상승세도 주춤하다.

2030년 인구 50만 명을 목표로 도심지역에 아파트 물량은 쏟아지는데, 이를 채워줄 수요자가 아직 부족한 게 근본적인 이유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높은 미래가치에 포인트를 두고 매매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17일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내달 2-2생활권에서 준공되는 메이저시티 전용면적 84㎡ B타입 전세 가격은 1억4천~1억5천만 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 2억4천만 원에서 약 40%(1억 원) 폭락했다. 물량 부담 때문이다.

올해 세종시에는 지난해(8천381가구) 입주 물량의 두 배에 달하는 1만6천95가구가 준공된다. 특히 3~4월에 올해 입주 물량의 60%가 넘는 1만370가구가 몰려있다.

실수요자가 아니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이 많은 점도 전셋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전세금을 레버리지로 삼아 입주일에 잔금을 내야 하는데, 준공일이 다가오면서 급한 마음에 전세금을 낮추고 있다.

물량 폭탄 여파는 준공을 앞둔 아파트 뿐만 아니라 이미 입주한 단지에도 미쳤다.

지난 2011년 가장 먼저 입주한 첫마을 84㎡ 전셋값은 작년 10월 2억2천만 원에서 1억8천만 원으로 약 20%(4천만 원) 빠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9월부터 이어진 세종시 전셋값 고공행진은 올해 1월(-0.03%)과 2월(-0.10%) 하락 반전했다.

전셋값이 밀리면서 집값 상승세도 멈칫거리고 있다. 16개월 연속 뛴 아파트 매매 값은 지난달 보합권(0.0%)에 들어섰다.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공급과잉에 세종시 부동산에 낀 거품이 조정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한다.

11·3 부동산 대책에서 세종시가 청약 조정지역에 포함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중앙행정기관과 국책연구단지 이전도 마무리돼 공무원 실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견해다.

살인적인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상업시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며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세종시 소담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간행급행노선 버스(BRT) 정류장과도 먼 아파트 단지에 웃돈(프리미엄)이 7천만 원 붙어있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호적인 시각이 대세다.

도시기본계획에 맞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인구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공급 과부족에 따른 부동산 경기 부침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반응이다.

아직은 대전과 청주 등 인근 지역에서 세종시로 넘어오는 수요가 많지만, 인프라가 갖춰지면공무원을 비롯해 수도권에서 이사 오는 사람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한 지난 2012년 말 11만여 명에 불과했던 세종시 인구는 지난달 말 25만 명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세종시로 알려진 신도시 지역에는 15만 명이 산다.

도시 계획상 신도시 인구는 2015년 15만 명, 2020년 30만 명, 2030년 50만 명으로 잡혀있다.

사실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은 수년간 크게 올랐다. 2011년 분양 당시만 해도 3.3㎡ 600만 원대에 분양했던 시세도 최근 평균 900만 원 대로 올라왔다.

대표적으로 정부청사 인근 더샵 레이크파크 전용 110㎡은 12억5천만 원에 호가가 형성됐는데, 2011년 분양가 5억6천만 원의 두 배가 넘는다.

새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물량이 너무 많아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결국 가격에 맞는 수요가 움직이면서 7월까지는 마무리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ㆍ3 대책으로 분양권 거래가 안 되면서 오히려 매수 희망자들이 안달이 나기도 했다"며 "집값 상승 기대는 계속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세종시 관련 대통령 선거 공약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세종시 주민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짓고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도 이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와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를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한솔동에 위치한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국회 분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알기 어렵지만, 대선 이후 세종시 부동산이 한번 반짝할 것으로 보인다"며 "KTX 세종역 등의 개발 호재가 계속 터져 나올 것으로 대부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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