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오전 11시까진 딜링룸 전화에 불 난 듯했다. 지점의 환율 승인 버저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국내 시중은행의 한 치프딜러는 1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수급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전일 강력한 숏마인드에 달러-원 환율이 13.60원 급락 출발했음에도 장중 하단이 꾸준히 지지되면서 수급에 자율 조정된 것이 딜링룸 분위기에도 반영된 셈이다. 전일 장중 변동폭은 4.60원에 그쳤다.

실제로 전일 대부분의 환시 거래량은 개장 직후와 마감 직전 집중됐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이 1,120원대까지 급락한만큼 개장 초부터 결제 문의가 쏟아지면서다. 오전 9시부터 9시 30분까지 30분간 거래량은 9억7천300만 달러로 하루 거래량 71억1천700만 달러 중 약 13%를 차지한다.

이날도 NDF에서 1,120원대로 재차 하락했던 달러화는 개장 이후 1,130원대로 낙폭을 일부 반납하면서 갭을 메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비둘기파적인 스탠스를 확인한 점이 환시의 대형 이벤트였던만큼 달러 약세 분위기는 여전하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이러한 달러-원 환율의 움직임이 변동성을 자율 조정하는 시장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높은 개방성에 따라 글로벌 통화 움직임을 잘 반영하면서도 시장 참가자들의 자체적인 조정에 따라 자율적 반등이 나타난 셈이다.







<올해 1분기 달러-원 환율과 거래량 추이 *자료: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10)>

달러화는 지난 2일 강경 비둘기파로 분류되던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의 매파적 발언에 2영업일 연속으로 10원 이상 급등했고 3영업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 1,158.90원까지 올라섰다. 이후 가격 반영이 끝나자 빠르게 차익실현이 이뤄지면서 반락했다. 2~3일마다 10원 이상씩 급등락하는 등 높은 시장 변동성이 나타났지만, 장중 변동폭은 평균 6.9원에 그쳤다. 이달 초부터 전일까지 달러화의 일평균 환율은 1,148.70원으로 1,130~1,150원 레인지에서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의 인식에서도 서울환시의 개방성은 상당 부분 개선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2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원화 변동성이 선진국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는 관련 부서의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최근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 확대는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과 국내 외환시장의 높은 개방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은 반면 전일 오전부터 전화가 마비될 정도로 영업점에서 달러 매수 요청이 많았다"며 "개장 직후 오버나잇 숏포지션 커버도 있었겠지만, 특히 중소형 업체들을 포함한 결제 업체들의 반발 매수에 따라 달러화 하단이 지지됐다"고 강조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도 "결제가 많이 몰렸고 당국발 매수는 현재 분위기상으로 들어오긴 힘들어 보인다"며 "숏포지션이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지만 달러화가 수급에 의해 자율적으로 지지가 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국의 개입 경계보다 자율적 수급에 따른 가격 조정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일 개장 전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의 구두 개입성 코멘트가 있었지만 실제로 달러화 하단을 지지한 힘은 시장 참가자들의 반발 매수에 있었다. NDF에서의 달러화 오버슈팅에 대해 자체적으로 수급 조절이 일어난 셈이다.

외환딜러는 이어 "당국 개입이 강하지 않은 가운데 달러화가 미국 기준금리 이슈에 급등락하는 등 글로벌 전체 통화 사정에 따라 같이 움직이고 있다"며 "시장의 높은 개방성에 따라 유동성이 좋아졌고,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의 자율적 조정이 환시의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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