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안 관련 의회와의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달러화 하락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법정 한도에 도달해 재무부가 특별조치를 발동했다. 미 정부의 부채한도는 앞서 2015년 1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한시적 유예기간이 적용돼왔지만 그사이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과 유예기간 연장 등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이에 현시점 부채 잔액(약 19조9천억 달러)에서 추가 차입을 중단한 가운데 일부 공무원 퇴직금 등 만기도래 계좌와 외환 안정기금 등 재투자 중단 등을 포함한 특별조치로 약 3천500억 달러 정도 여유 자금을 확보해둔 상황이다.

최근 12개월 사이 월평균 연방정부 재정수지 적자가 약 490억 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0월 중반까지는 재정지출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부채한도 협상이 결렬된 것이 당장 재무부 차입 여력 제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향후 정부와 의회의 시의적절한 정책 결정으로 부채한도 증액 등의 결정을 예상하는 등 위기 상황까지 초래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남경옥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17일 "공화당의 '작은 정부' 추구 성향을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지출축소 의지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부채한도 증액 합의가 불발돼 디폴트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며 "재정절벽 상황은 제한적이지만 정부 세제개혁과 연계돼 시장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능성에 달러화는 미 정부와 의회 협상 과정에서 하락 압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이날 의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 골자를 보면 부채를 늘리지 않는 가운데 국방 예산을 큰 폭으로 늘린 대신 복지 부문 예산을 깎은 점도 주목된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앞서 달러화나 주가가 치솟은 것은 국방이 아니라 친성장 정책과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기대 심리에 따른 것이었다"며 "인프라 투자 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지만 재정지출과 민간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읽혀 기대감만으로 기다리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 연구원은 "그런 탓에 달러화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가 매파적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 발언에 반등했지만 이번 FOMC 이후 동력이 사라졌다"며 "세제개편안 발표도 오바마케어 대체법안 마련 이후로 미뤄지는 등 정책 불확실성이 계속돼 달러화 하단 지지할 요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다음 달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 시까지 하락 압력이 지속할 경우 달러-원 환율이 1,110원선까지 레벨을 낮출 여지도 큰 것으로 파악된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 인하를 통해 민간자본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회가 긍정적으로 보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법인세 감세분을 국경세나 보복관세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것도 대내외적으로 논란이 큰 부분이어서 재정정책에 대한 정부-의회 대치 상황은 달러화 저점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또 "환율조작국 문제와 관련한 기존의 하방 압력에 더해진다면 저점이 1,110원선까지 내려가는 등 작년 저점을 위협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시장 참가자들 대다수가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달러화 하락을 점칠 때 쏠림현상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줄고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달러 약세 압력만 가시화하는 듯한 모습이어서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같은 이슈를 놓고도 이현령비현령식의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FOMC 이후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에 달러-원 환율이 급락했지만 국내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한 부담이 부각된다면 하단을 지지할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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