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상호금융과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금융사들은 대표들이 잇달아 당국에 호출돼 올해 가계대출 '가이드라인'을 제시받는 등 비상이 걸렸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대출억제와 최고 이자율 하향 조정 등 2금융권을 옥죄는 공약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위험요인이 현실화하면서 당국과 정치권의 2금융권 옥죄기도 강도를 더해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금융사들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당국 사실상 '대출총량제' 도입…정치권도 가세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 상호금융과 카드사, 저축은행 대표들과 잇달아 간담회를 열고 올해 가계대출 영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간담회에서는 각 업권별로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10% 미만으로 유지하라는 당국의 지침이 구체적으로 전달됐다.

특히 지난해 가계대출이 급증했던 상호신용금고와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지난해의 증가율의 절반인 7% 내외 수준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상호금융권의 가계신용은 지난해 38조원 가량 폭증했다. 같은 2금융권인 저축은행 약 4조6천억원, 여신금융전문기관 7조원 등에 비해 증가 폭이 컸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상호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가 가팔랐던 만큼 더 엄정하게 대처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증가율을 당국이 직접 챙기는 것은 사실상 총량제 도입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그동안 부채의 질 개선이 중점을 뒀던 당국이 한층 강경해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치권에서도 2금융권 대출을 옥죄는 공약이 표출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총량 관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도 전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를 분명히 세우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문 후보는 또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을 현행 25%(대부업체는 27.9%)에서 2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최고금리가 인하될 경우 고금리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2금융권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방위 압박에 2금융권 '끙끙'

당국이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속앓이 중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만큼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대출 영업이 억제되면 대체 수익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경우 주요 대선 주자들이 가맹점 수수료의 추가 인하를 약속하는 등 전통 사업 영역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지난해 카드론 등 대출이 중요 수익원으로 부상하면서 그나마 수익을 방어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전업계 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8천억원 가량으로 전년보다 10% 줄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마케팅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신용판매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수익을 보면 카드론을 확대해야 하지만, 당국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7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인 8천6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2011년 부실 사태의 악몽을 벗어나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지속하는 데다, 건전성 규제 강화에 대출 총량규제까지 더해지면 모처럼 되살아난 업권이 다시 침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지만 "경상성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며 "대출이 현재 속도로 계속 늘어나면 금융사의 건전성 자체도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강경한 억제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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