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네이버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동시에 교체하는 실험을 단행했다.

이번 경영진 변화에는 유난히 '최초'란 수식어가 많이 따라다니는 등 네이버가 기술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1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날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한성숙 대표 내정자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기타비상무이사로 영입한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은 신임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1999년 회사 설립 이후 여성 CEO가 발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비스 총책임자가 수장이 된 것도 최초다.

한 신임 대표는 회사 안팎에서 섬세함과 과감한 실행력을 동시에 갖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가 4조원대 연매출을 올리는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한 대표의 기여도가 컸다.





한 대표는 그간 네이버 서비스를 총괄해왔던 만큼 '제2의 라인' 키우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 1위 포털 사업자답게 지난해 3조원에 육박하는 광고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잇는 '킬러 서비스'가 나와야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네이버는 '제2의 라인' 후보로 동영상·사진 기반 모바일 메신저인 '스노우'와 웹툰을 점찍고 서비스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8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스노우는 최근 라인플러스의 카메라 서비스 조직을 통합해 덩치를 키웠다. 지난달 초까지 누적 다운로드 1억3천만 건을 기록하며 '아시아의 스냅챗'으로 불리고 있다.

웹툰사업부도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기 위해 오는 5월 별도법인으로 분사한다. 신설법인 네이버웹툰은 분사 이후 글로벌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사회 의장에 외부 인사인 변 회장을 발탁한 것은 더욱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벤처기업에서 성장한 국내 IT·게임업체들은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져 왔다.

실제 2004년부터 이해진 창업자가 네이버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왔고, 카카오와 넷마블게임즈도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변 회장 영입이 경영진에 대한 감시 체계 등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벤처 1세대로서 셋톱박스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한 변 회장의 경험을 네이버가 높게 평가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기술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하고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스피커, 로봇 등 하드웨어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는 네이버로서는 변 회장의 이 같은 성공 경험이 큰 힘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변 회장의 벤처 정신과 그에 기반한 통찰력이 네이버가 글로벌 기술플랫폼으로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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