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양치기 소년이 되지 마라. 중요한 정책은 구두로만 하는 게 아니다. 시장에 흘린 정책은 실천하라. 공허한 메시지는 정책이 될 수 없다."

지난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 매주 열리는 금융위원회 간부회의에 이솝우화에나 나올법한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등장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경제부총리 내정자)이 국ㆍ과장들에게 전하는 당부 사항이자, 후배들에게 하는 조언이었다.

이날 임 위원장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중요한 정책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치기 소년은 말로만 정책을 하는 공무원을 빗댄 표현이었다.

그간 임 위원장은 수시로 정책의 진정성과 일관성, 신속성을 공직자 업무수행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강조해왔다. 양치기 소년이 되지 말라는 말 역시 그가 강조해 온 공직자로서의 자세와 궤를 같이하는 당부였다.

특히 임 위원장은 회의에서 양치기 소년이 되어선 안 된다고 언급하며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손꼽았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지난 1일 임 위원장이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상승 대응방안을 설명하며 기업의 자금조달 애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금융당국 수장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명확하게 언급한 것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펀드가 처음으로 조성돼 운용됐던 시기를 제외하곤 처음이다.

건설과 해운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됐던 2013년에도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 도입을 검토했지만, 금융당국 수장이 시행 여부를 명확히 언급하진 않았다.

이날 임 위원장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언급하자 당시 1.794%에 거래되던 국고채 3년물 지표금리는 곧바로 1.742%까지 낙폭을 줄이기도 했다.

채권시장에선 펀드의 운용 시기와 규모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그 궁금증 아래엔 시행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임 위원장이 이튿날 열린 임원회의에서 정책의 실천을 강조하며 유독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손꼽은 것은 시장에서 제기된 의구심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채권시장안정펀드는 공허한 메시지가 되지 않도록 필요할 경우 즉시 시행할 수 있게 확실히 준비할 것을 (임 위원장이) 강조했다"며 "구두개입만 하는 형태로 시장에 양치기 소년이 되어선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라는 뜻"이라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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