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산업은행을 위주로 하는 주주협의회(채권단)와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이의 양자 갈등으로 전개됐던 금호타이어 매각 관련 논란이 급기야 정치권 이슈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주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 의원들이 지역경제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중국기업인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것을 반대한 데 이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등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까지 금호타이어 매각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정치권과 업계 등에 따르면 문 후보는 전일 트위터 등에 "금호타이어가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의 마음은 착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호타이어는 광주, 곡성, 평택에 공장이 있고 (광주, 곡성공장에만) 3천8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일터"라며 "3천800명 노동자의 삶을 지켜야 하고 가뜩이나 어려운 호남경제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과거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 이후 먹튀 논란에 휩싸였던 쌍용자동차를 지적하면서,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중국업체에 매각하려는 것에 대해 에둘러 우려감을 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후보측도 "매각기준은 정량적 평가뿐만 아니라 정성적 평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방산업체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 기준과 절차상 하자를 고려할 때 재입찰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명 후보도 "금호타이어의 유력한 인수후보자가 중국의 더블스타 컨소시엄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제2의 쌍용차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며 "국내의 컨소시엄에도 공정한 인수기회를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국민의당도 "금호타이어 지분매각에서 산은 등 채권단이 우선매수권자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는 공정한 룰을 적용해야 한다"며 "특히 산은이 채권단 회의에서 컨소시엄 참여 가능 여부에 대한 금호의 안건 부의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금호타이어 매각건을 놓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산은의 입장에서는 다소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기 비금융계열사 지분매각이라는 숙제를 서둘러야 하는 처지에서 금호타이어 매각건이 정치 바람을 타면서 정작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채권단이 이미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각종 논란으로 매각이 지연될 경우, 자칫 더블스타의 소송제기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날 여지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산은 등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측이 요구한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논의하고, 관련 안건을 부의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ec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