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올해 기준금리를결정할 때고려해야 할 사항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미국이 이번달에 정책 금리를 인상한 뒤여서한은 금통위원의 강연에 무게가 더 실렸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인석 금통위원은 지난 16일 서울IB포럼이 주최한 조찬강연에서 '2017년 통화정책 환경'을 주제로 향후 기준금리 결정시 고려사항으로 ▲미국 경제의 중장기 향방 ▲가계 소비 및 부채 ▲유휴생산능력 지표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미국 경제의 중장기 향방에 대해 신 위원은 "세계금융위기를 전후해 주요국 정책금리와 장기금리 흐름이 미국과 동행하는 경향"이라며 "이와 관련해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부진이 지속되자 '장기 정체(secular stagnation)' 시대 도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신 위원은 "향후 세계경제와 장기금리 전망에 있어서는 최근 미국 경제회복의 성격에 대한 평가가 관건"이라며 "장기부진에 대한 다양한 가설 중 어느 가설이 실현될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장기부진에 대한 4가지 가설을 언급했다. 이 중 특히 총수요가 구조적 요인으로 장기 정체되면 실질중립금리가 '0' 또는 '음(-)'의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래리 서머스(L.Summers)의 '장기 정체'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경제구조 변화로 저축이 투자를 구조적으로 초과하는 과잉저축 시대를 의미한다. 이 경우 실질균형금리가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미국 경제의 장기부진과 관련해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K.Rogoff)의 거대신용순환, 벤 버냉키의 세계경제의 과잉저축 가설, 로버트 고든(R.Gordon)이 주장한 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능력 하락 등을 꼽았다.

금리결정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가계의 소비와 부채도 지목했다.

그는 "2000년대 들어 가계소비의 장기부진이 지속되면서 소비증가율이 국민소득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밑돌고 있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소비 비중이 하락하며 내수부진과 저성장이 상호 악순환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가계부채의 큰 폭 증가에도 가계소비와 주택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폭 증가했다"며 "가계의 행태 변화로 가계부채의 수요 증대효과는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소비 장기부진의 원인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소비부진이 '가계소득 부진'을 수반해 상호작용하다 위기 이후에는 '가계소득 개선'에도 소비성향이 하락(저축률 상승)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장년 이상의 주택보유 가계의 소비성향 하락이 최근 가계소비 부진을 주도하고 있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유휴생산능력 지표가 엇갈리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GDP갭과 제조업 평균가동률갭은 큰 폭의 유휴생산능력 존재를 시사한다. 반면, 노동시장 관련 지표는 실업률이 자연실업률(NAIRU)을 중심으로 등락하면서 균형에서 크게 떨어져 있지 않다고 봤다. 이런 지표간의 차이는 세계 공통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후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면서 세계주요국에서 GDP갭이 마이너스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신 위원은 "GDP성장률 낮아지면 마이너스갭이 커지는 거니까 경기침체 확대로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는데 노동시장을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며 "어느 쪽을 보고 기준금리를 정하는 것이 맞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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