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현대자동차와 기아차에 이어 현대모비스까지 적극적인 주주친화 행보에 가세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유력 3개 계열사가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분할하고서, 투자 부문을 하나로 묶어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법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등 보유한 자산으로 지주사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외국인 지분이 많은 대표적인 기업으로서,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이런 방식은 외국인의 마음을 얻는 게 관건이다.

20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주주권익을 보호할 기구인 '투명경영위원회' 설치를 위해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

투명경영위원회는 인수ㆍ합병과 주요 자산 취득ㆍ처분 등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영상황을 결정할 시, 국내외 주주의 의견을 반영한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어 현대모비스까지 사외이사로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면서, 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의 한 파트너는 "현대차그룹을 좌우하는 유력 계열사 3사가 모두 주주 친화적 정책을 공식으로 발표한 것은 투자자의 마음을 끌어안겠다는 것"이라면서 "어느 정도 기간을 거쳐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는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투자자의 지지가 필요해서다.

시장에서 유력하게 점치는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후, 투자 부문끼리 합병하는 것이다. 이 지주회사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을 보유하게 된다.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자산을 지주사에 현물로 출자해 지주사의 지분을 보유하면 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현대차그룹의 골칫거리인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의 순환출자 해소도 가능하다.

그러나 분할ㆍ합병 과정은 주주총회를 수반한다. 투자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투자자를 설득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차 투자자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지난 17일 기준 45.34%에 달한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38.19%, 47.93%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위권이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 계열사의 주주가 모두 분할ㆍ합병 비율을 만족해야 한다"면서 "지분율이 높은 외국인과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7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 시가총액은 6조원 수준으로, 정 부회장 보유분의 가치는 약 7천억원이다.

경영권 승계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은 필수적인 과정으로 평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적으로 상장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시점이 시발점이 되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점이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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