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기존 회사를 현대중공업(조선·해양·엔진),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 법인으로 분사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오는 4월 1일자로 3개 법인이 신설된다.

작년 11월 사업분할을 공식화한 이후 지주회사로 전환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현대중공업이 6개의 사업부서로 독립을 추진한 것은 조선업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사업구조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추진됐으나, 사실상 처음부터 지주회사로 전환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기 영향이다.

◇ 기업구조조정에 경영권 강화 노린 포석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달성에 그치지 않고 사업분할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고 있다"며 "기존 현대중공업 부채비율이 100% 이하로 낮아져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사업도 관련 업계 강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업분할을 공식화할 때부터 업계에서는 현대로보틱스가 지주회사가 되는 지배구조 변환을 예상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로 되어 있다. 현재 정몽준 아산재산 이사장의 현대중공업 지분율은 10.2% 정도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현재 야당을 중심으로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을 사업 부분의 구조조정과 연계시킴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함께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송명준 현대중공업 전무는 기업설명회에서 "기존 조선이라는 울타리에 같이 있기보다는 독립경영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사업분할로 개선되는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미래성장동력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순환출자로는 법 개정 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며 "지주회사체제는 순환출자보다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사업에 보다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업분할로 기존 현대중공업은 차입금 축소 등으로 부채비율이 95.6%로 개선되고, 현대로보틱스는 지주회사로서 산업용 로봇의 독자기술을 보유한 국내 1위 로봇전문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로보틱스는 오는 2021년 매출액 5천억원에 영업이익률 11% 달성이라는 비전도 제기했다.

◇ 지분고정 숙제…인적분할 이후 지배구조 강화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은 현대로보틱스가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대주주 등의 지배력 확충과 함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보틱스의 신규 순환출자 해소와 자회사 지분획득 과정에서 지분구조가 변할 것이란 의미다.

먼저 신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현대미포조선이 가지게 되는 현대로보틱스 지분 7.98%를 우선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현대미포조선이 현대중공업 지분 7.98%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업부서 인적분할로 인해 분할 이후 현대로보틱스와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의 지분도 각각 7.98%씩 보유하게 된다.

현대로보틱스 지분이 현대미포조선→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으로 연결되는 신규 순환출자를 유발하기 때문에 현대미포조선은 늦어도 10월까지는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며 합병이나 분할과정에서 신규 순환출자를 6개월 안에 해소해야 한다고 규정한 탓이다.

현대로보틱스와 달리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지분은 당장 처분할 필요가 없다. 기존 순환출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송명준 전무는 "우호적인 투자자에 대한 양도나 장내 처분 등 여러 매각 방안을 다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어떠한 방식을 결정하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중공업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가 자회사 지분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존속법인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도 추가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 소유요건(상장회사 20%, 비상장회사 40%)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현물출자 유상증자, 추가 주식 매수 등 다양한 취득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한 지분취득 시 시장의 모든 주주에게 공정한 참여기회가 보장되는 공개매수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이 공개매수 등에 참여하면서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율을 높이고 자회사 소요여건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정몽준 이사장 등 최대주주 등이 사업회사 지분을 현대로보틱스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현물 출자 시점에서 주식교환비율이 자산에 비례하는 것으로 가정하면 최대주주의 현대로보틱스에 대한 지분율은 분할 직후 10.2%에서 4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로 존속법인 현대중공업과 삼호중공업의 합병 가능성도 크고, 현대미포조선의 관련지분 매각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ec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