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롯데그룹이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 발판을 마련했지만, 본격적인 지주사 설립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면세점 관련 뇌물 혐의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경영비리 관련 재판도 시작될 예정인 만큼 지주회사 전환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상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특정경제범죄가중 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첫 정식 재판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 등 경영진의 검찰 조사 등으로 호텔롯데의 상장이 연기된 만큼 이번 재판의 진행 상황에 따라 호텔롯데 상장의 큰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뇌물죄 수사 역시 면세점 특허권의 향방이 달린 만큼 중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롯데측은 면세점 관련 특혜는 없었고 오히려 지난 2015년 11월 잠실 면세점(월드타워점)이 특허 경쟁에서 탈락했다며 억울함을 나타내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지주사 전환에 대한 의지를 밝혀오고 구체적인 조직개편에도 돌입했다.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인 BU(Business Unit)를 새롭게 만들었다. BU는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및 기타 등 4개 분야 계열사들의 협의체로 구성됐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인 만큼 향후 주요 계열사들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BU를 중심으로 분할·합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롯데가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한다는 빌미로 중국 당국의 보복 타깃이 되면서 해외사업 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 현재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주로 담당하는 해외사업을 지주사가 직접 챙길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지금까지 해외사업을 롯데쇼핑이 주도적으로 담당했던 것은 국내 사업의 안정성이 기반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최근 롯데쇼핑은 본업인 국내 사업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진을 겪으면서 해외사업까지 챙길 여력이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소방시설 점검 등을 통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마트 중국 지점 수는 63개로 롯데마트가 스스로 문을 닫은 점포 16개를 포함하면 중국의 롯데마트 10개 가운데 8꼴로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최악에는 79개 점포 모두가 한 달가량 영업하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롯데마트의 매출 손실 규모는 약 900억원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지분 압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지주회사 전환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의지가 높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과 검찰 수사 등 대내외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어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전망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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