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오리온이 인적 분할 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오는 7월부터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요건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오리온이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적 분할 시 자사주를 활용해 기업 지배력을 높이는 것을 제한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발의된 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오리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지주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 오리온, 인적분할 후 지주사 체제로…"규제 강화되기 전 속도"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해 11월 인적 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오리온은 제과 사업부문을 오리온(가칭)으로 재상장하고, 투자 사업부문을 오리온홀딩스(가칭)로 변경 상장한다.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분할 비율은 0.34대 0.66이다. 또 오리온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 보통주 1주를 10주로 액면분할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당 가액이 기존 5천원에서 500원으로 변경된다. 발행 주식 수는 분할 전 600만8천435주에서 분할 후 6천8만4천350주로 늘어난다. 매매 정지 기간은 오는 5월 30일부터 7월 6일까지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7월 7일이다.

이처럼 오리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오는 7월부터 공정거래법이 바뀌면서 지주회사 전환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첫 번째 지주회사 성립 요건은 자산 총액 1천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오는 7월1일부터 자산 총액 요건이 1천억원에서 5천억원이 된다.

오리온의 자산 총계는 3천290억원이다. 오는 7월1일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법에선 오리온이 지주회사 성립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법이 바뀌기 전에 오리온이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적 분할시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된 점도 지주회사 전환의 배경으로 꼽힌다.

인적 분할 전 오리온의 자사주 12.07%는 인적 분할 후 존속회사(오리온홀딩스)의 자사주와 존속회사가 보유한 신설회사(오리온) 주식으로 변경된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돈 들이지 않고 기업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인적 분할 시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을 두고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야권에서 자사주 활용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대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편법적인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7월과 12월 각각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작년 11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올해 2월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과제 적지 않아"

오리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오리온이 지주회사 성립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공정거래법상 분할 존속회사는 자산 총액 중 자회사 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 돼야 한다. 하지만 분할 존속회사(오리온홀딩스)는 그 비율이 32.7%다. 이 때문에 분할 존속회사는 향후 분할 신설회사와 관계회사의 주식을 현물출자 받거나 주식거래 등을 통해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분할 존속회사는 자회사의 지분을 일정 기준 보유해야 하는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상장 자회사는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분할 존속회사(오리온홀딩스)가 보유하게 될 분할 신설회사(오리온) 지분이 12.1%에 불과하다.

오리온 관계자는 "분할 신설회사의 재상장이 완료된 후 분할 존속회사는 주식매매, 공개매수, 현물출자,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의 방법으로 분할 신설회사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예정"이라며 "지주회사 전환 후 2년 이내에 자회사 지분율 보유 요건을 충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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