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은 미 금리인상과 네덜란드 총선이라는 두 개의 큰 산을 넘었다. 미 금리인상은 예상대로 이뤄졌으나 향후 진행될 속도에 대해선 완만할 것이라는 점이 확인돼 시장은 안도했다. 연내 두 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데 이는 시장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또 하나의 걱정거리였던 네덜란드 총선은 예상외로 극우파인 자유당(PVV)이 패하면서 유럽발 정치불안 우려를 해소했다. 유럽에 극단적 극우세력 확장을 차단함으로써 유럽연합의 붕괴에 대한 우려가 크게 약화했고,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며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미 금리인상이 가파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는데, 여기에 유럽연합 해체 등 극단적 긴장에 대한 우려가 약해져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의 매력은 더욱 떨어졌다. 글로벌 주식시장과 채권시장도 안정세를 보였다.

빅이벤트를 앞두고 걱정은 많았으나 실제로 큰 파장은 없었다. 오히려 악재에 대한 우려가 호재로 전환하면서 시장에 안도감을 심어준 측면이 많다. 그러나 우리 앞에 또 다른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이다. 특히 환율조작국 이슈가 당분간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말 독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는 그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번 G20 공동선언문에서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을 배격한다"는 문장이 빠졌다. 지난 2015년 관련 문구를 처음 담은 지 2년 만에 삭제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달라진 미국의 스탠스가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세계무역기구(WTO)도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해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전후로 독일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을 상대로 공정한 무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환율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교역상대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기조에서 미국은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보호무역의 부활을 사실상 선언했고 향후 주요국들 사이에 무역갈등이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러한 갈등은 4월 초에 있을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나라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물밑 접촉중이다. 무역과 환율 부분 의제도 조율할 것이다. 중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무역전쟁을 할 의사가 없다"며 화해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타고난 협상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 때문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피어오른다.

미 재무부는 정상회담이 끝나고 난 뒤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통상적으로 그 시점은 4월 15일 전후다.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환율보고서의 내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중국을 환율조작의 그랜드챔피언이라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그대로 환율보고서에 녹아들어갈지, 순화된 표현으로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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