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가 최근 주춤하는 정제마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업계의 주력인 석유부문의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최근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6달러 중반 수준에서 하방경직성을 나타냈던 싱가포르 크랙 마진은 이달 5달러 중반대로 떨어졌다.

1월 평균 6.9달러를 나타냈던 싱가포르 크랙 마진은 2월에도 6.7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이달 들어 5.5달러 수준으로 1달러 이상 급락한 상황이다.

이처럼 정제마진이 최근 하락세를 연출하고 있는 데는 지난달 말부터 중국의 석유제품 재고 증가로 휘발유, 납사 등의 가격이 약세를 보인 점이 영향을 줬다. 중국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나타낸 점이 정제마진 축소로 이어진 셈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1~2월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만큼 3월 들어 변동성이 커진 점이 1분기 실적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제마진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경우 2분기 실적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까지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종 제품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변동비 등을 제외해 산출되는 정제마진은 여전히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여전히 본업인 석유사업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정제마진이 늘어날 경우 국내 정유업계는 수익성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지난 2014년 정유사업에서의 적자가 누적된 탓에 정유업계가 일제히 영업손실을 냈을 당시 싱가포르 크랙 마진은 평균 5.8달러에 불과했다. 손익분기점을 가까스로 웃도는 수준을 유지한 것에 더해 유가급락의 '직격탄'까지 겹치면서 정유업계는 결국 최악의 적자와 직면했다.

다만 이듬해에는 저유가를 기반으로 수요 확대 추세가 지속되면서 정제마진 또한 극적 반전을 연출했다. 정제마진이 전년 대비 2달러 가까이 오른 7.7달러 수준을 유지한 점이, 국내 정유사들이 1년 만에 '적자의 늪'을 탈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정제마진 '이상기류'에 우려를 나타내는 동시에, 향후 점진적인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더 두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급락에도 미국의 재고감소 소식 등의 영향으로 제품가격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향후 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한 점이 되레 마진 확대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유뿐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들도 일시적인 스프레드 조정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달 초 55달러선이었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3일 50달러대로 8거래일만에 5달러가량 급전직하했다. 이후 줄곧 50달러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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