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연저점을 새로 쓰고 1,110원대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우려와 점진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 개선,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등 다양한 요인이 중첩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21일 연합인포맥스 이종통화 등락률 비교 차트(화면번호 6444)를 보면 올해 초부터 전일까지 원화는 달러화 대비 7.3% 절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이종통화 중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에 약세가 극심했던 멕시코 페소화가 8.4% 절상된 것을 제외하면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된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지난 주말 사이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저지하지 못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G20 재무장관 회의 공동선언문에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빠졌기 때문이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G20 회의 결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주장 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라며 "그런 측면의 노출된 리스크에 원화가 가장 취약하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연초부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정책 입안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는 계속 있었지만 이번 G20 회의가 트리거 역할을 한 셈"이라며 "달러-원 환율은 더욱 저점을 낮아질 수 있지만 너무 급하게 빠진 감도 있어 변동성 확대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연구원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의 주된 타깃이 중국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리 쪽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 성격을 가진 점도 절상 압력을 키우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에도 국내 수출 실적이 호전되는 등 신흥국 경기가 예상보다 탄탄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생각보다 국내 수출과 경기 여건이 견조하다는 인식이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유입 동향을 봐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아시아국 가운데 한국에 유입된 자금 증가세가 도드라진다"며 "채권시장에서 재정거래 성격의 자금도 있지만 증시 자금도 만만치 않다"고 분석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이후 대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데 따른 투자심리 개선 영향도 큰 것으로 파악된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힌 데다 차기 정부가 내수 부진 상황에 대응해 경기 부양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까지 반영되는 상황"이라며 "원화 강세를 자극할 재료들만 산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내외 금리 차 축소에 따른 셀코리아가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기업실적 개선 기대감에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기물 중심 매입으로 듀레이션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등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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