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매서운 원화 강세 행진에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의 저점 전망도 1,100원 아래로 내려섰다. 역내외 시장 참가자들이 동시에 달러를 던지기 시작하면서 큰 폭의 하락장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21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1,110원을 일차적 저점으로 1,100원대까지 하향 시도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 외환딜러는 1,080원까지 저점 전망을 낮추기도 했다. 달러화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여 만에 1,110원대에 진입했으나 오는 4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외환 당국의 개입 의지 또한 강하지 않은 점이 지목됐다.





<달러-원 환율 주간 차트 추이 *자료:연합인포맥스(2110)>

글로벌 달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완화적 스탠스를 확인한 데 이어 100선 초반에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간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총재와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에 대해 용인하는 발언을 하면서 미국 국채수익률 하락과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달러는 주요국 통화보다 신흥국 통화 대비 약세 폭이 더욱 가파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코뮤니케에서 '보호무역 배격' 문구를 삭제하면서 이후 아시아 통화들의 절상 가능성이 더욱 커진 영향이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달러화가 단기 급락했음에도 반발 매수 여력이 강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날 일일 기준으로 1,110원 선이 지지가 되더라도 신규 숏포지션 구축이 활발해 1,100원 선까지도 가시권에 두게 됐다.

차트상으로도 일일 기준으로 달러화 하단 지지선이 보이지 않고 있으나 주간 기준으로 200주 이동평균선이 1,113.82원 선에 걸쳐 있어 지지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달러화 1,110원이 첫 번째 타깃이겠으나 이 선을 하향 이탈할 경우 1,080원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 전저점이 깨지고 주요 이벤트가 다 소화된 상황이라 역내외 시장 참가자들이 동시에 달러를 던지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서울환시에선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당국의 개입 의지가 강하지 않은 점도 달러화 낙폭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일에도 당국의 운신 폭이 좁은 시기를 틈타 역외 헤지 펀드들이 숏플레이에 나서면서 추격 매도 심리를 자극한 바 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오는 4월 환율보고서 이슈가 부각되면서 당국의 개입 경계가 약화된 상태"라며 "당국이라는 강력한 반대 세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역외 헤지펀드들이 한 방향으로 달러를 매도하면서 포지션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외환딜러들은 달러화 낙폭이 가파른 만큼 하단에서 당국의 실개입 물량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C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달러화 차트상으로 저점은 1,105원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며 "호가대가 얇아 숏 물량이 조금이라도 집중되면 달러화가 빠르게 하락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다만 "낙폭이 가팔라 과매도 상황에 온 만큼 당국이 등장할 때도 됐다고 본다"며 "달러-엔 하락보다 달러-원이 과도하게 하락했고 엔-원 재정환율이 1,000원 아래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당국이 개입할 여건이 충분히 마련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