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이달 들어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이란발 대형수주를 잇달아 터뜨리며 해외실적 확대 기대를 높이고 있다. 오랫동안 공들인 결실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금융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눈길이 갔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지난 12일 이란 국영정유회사(NIOC) 계열사인 AHDAF와 30억9천800만유로 규모의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 3조8천억원 규모로, 이란 수주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같은 날 대림산업은 이란의 이스파한 정유회사와 18억2천700만유로 규모의 정유공장 개선사업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2조2천억원에 달하는 대형 수주다.

SK건설도 이란 수주 대열에 합류했다. SK건설은 지난 17일 벨기에 에너지회사인 '유니트 인터내셔널 에너지 AS'의 지분 30%를 인수했다고 공개했다. 이 회사는 이란 내 5곳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운영사업권을 보유했다.

총사업비 34억유로(한화 4조2천억원) 규모로 SK건설은 공사비에 해당하는 3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업계는 작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순방 등으로 촉발된 이란 수주 붐이 드디어 결실을 거둔다며 이를 반겼다.

다만, 이들 건설사의 수주 소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주액이 모두 유로화로 표기된 점이 눈에 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제재 해제 이후에도 달러화결제 등 금융 관련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대외정책 기조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라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대상이다.

이란 제재 해제 문제가 미국과 이란뿐만 아니라 유럽 등 다른 국가도 개입됐다는 점에서 폐기 가능성은 낮지만 완전한 제재 해제를 기대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핵협상 이후에도 금융제재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이란의 많은 프로젝트가 지연됐다"며 "통상적으로 착공에서 프로젝트파이낸스(PF) 확정까지 2년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이란 측에서 낙찰통지서를 국내 건설사에 먼저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문준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란 시장에서 진행 중인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EPC(설계·구매·시공)+F(금융조달)의 형태로 시공자에게 금융조달의 역무가 포함돼 착공시점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단점이 있다"면서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보다는 신시장이 서서히 개화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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