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110원대에 하향진입한 가운데 최근 유가 급락세가 달러화 하락 압력을 가중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56센트(1.2%) 떨어진 48.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등이 감산에 합의했지만 최근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며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재차 50달러를 밑도는 상황이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채굴장비 가동건수가 2015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런 유가 하락세는 최근의 달러화 약세 압력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21일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6월이 추가 금리 인상 시기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지만 유가가 2분기까지 이동평균곡선 200일선 아래에 머물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약해진다면 그 시기가 9월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우리나라처럼 석유류 수입이 많을 경유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로 무역수지 흑자 폭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이 지연되면 그 기간에 글로벌 자금은 미국 밖으로 나가려는 욕구가 강해지는 데다 유로존, 영국, 중국, 한국의 수출이 회복세고 무역수지도 개선되는 나라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환 환경이면 최소한 올해 2분기까지 달러화 약세 흐름이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당장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이 세제개편과 통상정책의 하나로 도입을 고려하는 국경조정세가 신설된다면 유가에 또 다른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경조정세는 수입품에 대해서는 비용공제를 인정하지 않고 수출품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면제하는 제도로, 재정·무역 적자 해소방안으로서 공화당의 세제개편안 내용 중 핵심이다. 특히 직접적인 보호무역 수단인 국경세보다는 교역상대국 반발을 덜 수 있다는 이점도 부각됐다.

이와 관련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 석유시장에서는 원유 생산증가와 수입 감소, 석유제품 생산과 수출 증가 등으로 석유산업 호전이 예상돼 긍정적일 수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생산경쟁과 공급과잉이 심화해 유가 약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가 약세를 보이면 물가 상승 압력이 위축돼 미국 금리 인상 관련한 달러화 강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은 더욱 짙어질 수 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정당화했던 것 중 하나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에 근접했던 것"이라며 "작년 5~6월 사이 국제유가가 반등해 안정세를 보여 기저효과가 반감되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 상승세가 주춤하면 물가도 하향 안정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유가 하락세를 마냥 달러화 약세 재료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이후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신흥국 경기 개선세가 지표에도 영향을 줬지만 유가 관련 기저효과가 사라져 다시 부진해진다면 신흥국으로의 자금유입도 줄어들 수 있다"며 "이는 거꾸로 달러화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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