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투신의 채권잔고 감소 흐름이 심상치 않다. 금융위기 이후 펀드의 채권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으로 채권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힘을 잃은 것이 채권형 펀드에서의 자금이탈 요인으로 꼽혔다.

21일 금융투자협회 펀드 투자자산별 비중 및 기간자금유출입 추이에 따르면 펀드의 채권투자 비중은 지난 9월 41.3%에서 지난달에는 38.63%로 줄어들었다. 펀드 잔고 역시 지난해 8월 101조8천억원 가량에서 지난달 말 91조8천억원으로 줄었다.













투신 계정은 통상 연말에는 자금수요가 늘어나면서 자금이 이탈한 후 연초가 되면 재차 유입되는 패턴을 보인다. 올해는 1분기에도 자금이 꾸준히 빠져나가면서 잔액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등의 조치로 유동성이 크게 늘어났고, 채권 금리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신의 채권 잔고도 급증했다. 펀드의 채권잔고는 2008년 초 27조원에서 올해 초 91조원 수준까지 급증했다.

투신은 통상 벤치마크(BM)에서 크게 벗어나는 흐름을 보이지 않아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은 편이지만 투신의 채권잔고가 폭풍성장함에 따라 이들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과거와 달라졌다.

채권을 사들일 때는 영향이 적지만 이들이 채권을 매도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투신이 외부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기 때문에 자금 인출 요청이 들어오면 채권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채권을 매도해서 수익자에게 자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채권자금은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흐름을 보였다. 올해 초 자금이 유입되는 등 연초효과로 금리는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채권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면서 금리 하단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미국이 올해 금리를 세 차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등 미국발 금리상승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사라진 것이 채권 매도로 연결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낮아진 금리 레벨에 채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더해지면서 다른 자산 대비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투신권 관계자는 "투신 잔고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었는데 올해에는 잔고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어서 주목하고 있다"며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채권으로 이전과 같은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대체투자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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