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고급차와 저가차의 비중은 늘고, 중간 가격대 차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가 지속함에 따라 양산차 업체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양산차 업체들이 라인업을 폭넓게 확장하고 새로운 세그먼트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면 앞으로 생존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현정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 연구원은 20일 보고서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차 시장이 급속하게 확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급차의 비중을 줄어들지 않고, 양산차의 비중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 2001년 글로벌 시장에서 양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72%였으나 올해 65%로 축소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고급차 업체들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중국과 인도의 로컬 메이커들이 급격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김 연구원은 평가했다.

그러나 양산차 업체는 신흥업체들의 추격이 가속하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주력 시장인 대중차 시장이 저가차와 고급차에 잠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고급차 시장이 커지면서 BMW와 벤츠,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소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으로 차급과 보디 스타일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프리미엄과 럭셔리 브랜드들이 대체로 글로벌 양산차 그룹에 속해 있어 이들 양산차 업체의 고급차 판매 확대에 이용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아우디와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을 보유해 가장 다양한 고급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GM과 토요타, 혼다, 닛산 등 대부분 양산차 업체도 그룹 내 프리미엄 브랜드를 갖추고 고급차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고급 브랜드가 없는 PSA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있는데 시트로엥의 1950년대 럭셔리 모델이었던 DS를 고급차 라인으로 부활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선진국의 저가차 시장과 신흥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양산차 업체는 저가모델 출시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다치아 등 저가브랜드의 호조가 지속하면서 폭스바겐은 지난해 업!(UP!)을 출시해 지난 2005년 루포 단종 이후 철수했던 A세그먼트에 다시 진출하고, 시티고(Citigo)를 1만유로 미만의 저가격대 스코다 브랜드로 출시했다.

토요타와 혼다등 일본차 업체도 그간 신흥시장의 상위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고품질ㆍ고가격 전략을 펼쳐왔지만 최근 전략 방향을 바꿔 신흥국의 저가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닛산과 폭스바겐 등은 별도의 저가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양산차 업체들은 양극화하는 차 시장에서 기존의 라인업을 상ㆍ하방으로 확장해 새롭게 형성된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산차와 고급차 사이에 다소 대중적인 고급차 시장인 '신프리미엄(New Premium)' 시장이나 대중차의 기본적인 품질 수준은 확보하면서 저가사양 등으로 가격대를 낮춘 '밸류카(Value Car) 시장' 등을 인식하고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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