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동북아경제본부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의 제재 장기화 가능성에 대응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채널을 다변화하는 등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곤 본부장은 22일 연합인포맥스가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주최한 '글로벌 금융시장전망 콘퍼런스' 발제를 통해 중국은 사드 배치를 군사·전략적 측면의 이익 훼손으로 해석하고 있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실질화하면 동북아 지역 내 중국 견제망이 강화돼 대만·남중국해와 관련한 이익이 침해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정 본부장은 그런 측면에서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으로는 과도하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비공식적 제재에서 더 나아가 최근 사드 부지 확정 이후엔 롯데에 대한 전방위적 세무조사에 나서고 한국방문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당장 중국에 피해가 예상되는 경제·통상 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의 비관세 장벽 등 그밖의 분야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봤다.

정 본부장은 "중국은 향후 자국 산업에 피해가 없는 범위 안에서 전면적인 한국 상품 수입 제한과 한국기업 퇴출과 교류중단으로 굴복을 강요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한국산 부품·중간재를 이용한 제품에 대한 보조금 폐지 등 조치에 나설 경우 중간재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소비재도 반한(反韓) 감정에 따른 불매운동이 확산하면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정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행·관광 산업, 문화 콘텐츠 분야의 상당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관광객이 전년 대비 40~50% 감소할 것으로 보여, 최대 400만 명이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약 9조 원에 달하는 피해가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식품, 화장품 등도 여론에 민감한 품목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 본부장은 향후 "외교 안보 면에서 사드 이슈와 관련 모든 문제의 원인이 북핵과 장거리 미사일 등 때문이라는 데에 집중하고 관련 제재에 대한 우려나 항의 등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해법은 미·중 대화에 있다"고 했다.

대신 우리 정부는 정경분리 원칙을 강조하며 경제제재는 상호 의존도가 높아 서로에 불리하다고 역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재중 한국기업의 직접 수출액은 1천200억 달러 안팎으로 중국 내 외자 기업 수출의 12.9%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이들 기업은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와 중간재 56.4%(1천300억 달러 이상)를 중국 내에서 조달하며 최소 80만 명 이상의 현지인을 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중국의 사드 관련 제재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해 대비책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 본부장은 "품질·기술 고도화, 비즈니스 모델 개선 등으로 우리 제조업·서비스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대중국 수출이 총수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과도한 상황을 고려해 수출채널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사드 관련 제재가 일부 영역에서 가시화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여파는 중국 국민들의 감정에 따라 엇갈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기조연설 이후 이어진 토론 시간에 "지난 3.15 소비자의 날에 혹시 한국 제품이 언급돼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일단 문제 없이 지나갔다"며 "중국 정부도 우리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수위 조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반한 감정이 커져 한국 상품의 불매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내재된 위험"이라며 "앞으로의 사드 관련 문제는 중국 정부가 어떻게 국민 인식을 이끄느냐와 연관이 깊다"고 덧붙였다.

대중 중간재 수출에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시장 다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역설하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글로벌 밸류체인상 중국을 활용해 중간재를 수출하는 형태의 사업은 이제 한계에 온 것 아닌가 하는 진단이 있다"며 "중국도 경제개혁하면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만큼 공동투자와 현지생산·마케팅·판매 등으로 사업 형태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중국 중앙정부가 공해 문제로 현대자동차의 베이징 공장 이전을 요구하자 시에서 반대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고용효과가 크기 때문에 지방 정부 이해와 연계돼 있는 부분도 많다. 그런 부분을 지방정부에 호소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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