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진승호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은 내달 초 예정된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미ㆍ중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정립하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진승호 국장은 22일 연합인포맥스가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주최한 '글로벌 금융시장전망 컨퍼런스' 발제를 통해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NTC(국가무역위원회) 등 미국 통상라인의 역할분담이 마무리되고, 미ㆍ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미국의 경제ㆍ통상정책이 구체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진 국장은 "표면적으로는 양국이 모두 강경입장을 다소 완화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에서 대중 무역적자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지속하면서, 필요 시 상징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진 국장은 미국의 대중 메시지가 구체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ㆍ통상의 갈등 정도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낮은 갈등 수준과 높은 갈등 수준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낮은 수준의 갈등에서는 일자리 감소 등 자국 손해라는 의견을 고려해 미국이 제재 강도를 낮추고, 중국은 미국 요구를 수용하거나 일부 대응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봤다.

갈등이 고조되는 경우에는 남중국해 등 안보문제가 겹치고 중국이 적극적 보복에 나서며 상호 피해가 점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 국장은 다만 미ㆍ중 역학구조와 국제 리더십 부재 등을 감안 하면 미국의 제재에도 대규모 적자를 줄이겠다는 목적달성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1980년대 플라자합의로 귀결된 미ㆍ일 경제 마찰 시절에는 주요 5개국(G5)이 갈등을 조정했고, 양국 동맹관계로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미ㆍ중 갈등국면으로 우리나라 경제에는 직ㆍ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진 국장은 예측했다.

그는 직접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중국과 경합하는 일부 품목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수입규제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1980년대 미ㆍ일 마찰 시에도 미국의 통상제재가 우리나라에도 전이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고, 성장둔화로 중국의 내수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고, 세계 교역 둔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 가능성도 거론했다.

진승호 국장은 미국, 중국과 다각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신정부와 호혜적인 경제ㆍ통상 관계를 조속히 수립하고, 대중 수입규제가 우리나라에 전이될 가능성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통상점검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기업애로를 해소하고, 한ㆍ중 경제장관회의 및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위원회, 주요 20개국(G20) 등의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멕시코ㆍ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등과 신규 FTA를, 칠레ㆍ인도 등과는 FTA 개선으로 수출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위급 경제협력 채널과 지역경제협력대사 지원 등 신흥ㆍ개도국 대상 건설 수주도 늘릴 방침이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미ㆍ중 갈등 국면이 커질 경우 우리나라의 대응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부적우로 검토하는 것은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우려에 대해서는 네 가지 사항을 고려해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미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얼마나 축소 시킬 수 있느냐. 대미 투자를 어떻게 패키지화 하는지 고려하고 있다"며 "또 통상현안 중에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빨리 해결하도록 조치하고,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가운데 관련해서는 일 방향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이 사실상 패배하면서 유럽의 정치적 불안우려는 많이 낮아졌다고 언급했다.

진 국장은 "작년 11월 이후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유럽 이슈 등 3가지 분야를 계속 모니터링 해왔다"며 "네덜란드 총선을 주의 깊게 봤는데, 막판에 자유당의 힘이 떨어졌다. 일단은 선거 결과가 프랑스와 독일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대선도 큰 이변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며 "다행히 유럽은 미국이나 중국보다 사정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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