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등장했던 채권 매도, 주식과 달러 매수를 말하는 '트럼프 거래'가 되돌려지면서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2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4bp 내린 2.398%에 거래됐다.

국채가는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6bp 밀린 1.252%를 나타냈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5bp 낮아진 3.013%를 보였다.

국채가는 뉴욕증시 지수 선물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이번주 표결인 '트럼프케어'의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와 인프라투자 확대 등의 친성장정책 추진도 지연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해 상승 출발했다.

트럼프케어는 미국 건강보험법인 '오바마케어'의 대체법안이며 다음날인 23일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BMO캐피털마켓츠는 국채시장에 중요한 것은 친성장정책의 시행 시기이다며 시행 시기가 늦어질수록 큰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작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BMO는 미 정부의 '미국을 다시 기다리게 한다'는 새로운 구호가 시장을 곧 지치게 할 수 있다는 뼈있는 농담으로 현 상황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쓰는 구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다.

회사는 또 10년물 수익률 2.39%가 깨진다면 레인지의 바닥인 2.30%를 향한 시장의 극적인 쏠림을 막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며 3.0% 수준을 시도했던 장기채는 당분간 멈춰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냇웨스트 마켓츠의 브라이언 다잉거필드 거시 전략가도 이번주 건강보험법을 둘러싼 전투는 트럼프 추진 입법안에 대한 첫 번째 시험대이라며 앞으로 감세안과 인프라투자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를 빼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하락 출발했다.

이어 오전 10시에 2월 기존주택판매가 높은 가격 상승과 재고 부족으로 시장 예상에 못 미친 것으로 발표되면서, 국채가는 추가 상승했다.

하지만 10년물 2.370%대에서 매도세가 나오면서 국채가 오름폭이 줄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2월 기존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3.7% 줄어든 548만채(계절 조정치)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 555만채(2.5% 감소)를 밑돈 것이다. 2월 판매는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2월 기존 주택재고가 전년비 6.4% 감소했지만 기존 주택 중간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7.7% 상승한 22만8천400달러였다.

2월 기존 주택재고는 3.8개월치를 기록해 1999년 2월 이후 가장 낮았다. 시장이 균형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6개월치다.

로렌스 윤 NAR 수석 경제학자는 "부동산이 시장에서 소비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5일로 일 년 전의 59일에서 감소했다"며 "시장에 주택 매입에 관한 관심이 크다는 증거이다"고 설명했다.

이후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7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원유재고가 495만4천배럴 증가한 것으로 발표해,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한때 전장대비 2%로 낙폭을 더 확대했다. WSJ 조사치는 210만배럴 증가였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영국에서 테러 사건 후 다시 오름폭을 소폭 확대했으나 오전 수준까지 가지 못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시장은 6월과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50%와 74% 반영했다.

영국 경찰은 이날 런던 의사당 인근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으로 최소 4명이 사망하고 최소 2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에는 경찰이 쏜 총에 맞은 용의자와 용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부상한 경찰관이 포함됐다.

이자율 전략가들은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를 거론하면서 뉴욕 금융시장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퇴보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10년 만기와 2년 만기 국채수익률 차이가 1.146%포인트로 좁혀져, 지난해 11월 8일 미 대선 이후 가장 좁혀진 수준에 근접했다. 두 차이가 좁혀지는 것은 수익률 곡선이 누웠다는 의미다.

트럼프 당선 직후 10년과 2년물 수익률 차이는 1.18%포인트로 하루 전의 1.0%포인트에서 급등한 후 지난해 말에는 1.36%포인트까지 올랐다. 트럼프 당선이 시장에서 경제성장과 물가 상승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의미로 해석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수익률곡선은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MFS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스완손 수석 투자 전략가는 "시장은 세계 성장 패턴이 새로운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너무 낙관했다"며 "우리는 한 경기 주기가 8년째 지속하는 해에 있다"고 설명했다.

스완손은 성장이 갑자기 상승한 것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본다며 이런 신호 중 하나가 이날 발표된 2월 기존 주택판매 부진이라고 지적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 모델은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월초의 3%대에서 0.9%로 낮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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